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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나이 '北核' 인터뷰] "美, 모험 큰 對北공격 안할 것"

중앙일보

입력

하버드대학 케네디 스쿨의 조셉 나이 원장은 클린턴정부 때 국방부차관보를 지낸 미국의 안보전략 분야 최고 권위자의 한 사람이다.

미국이 21세기의 상당 기간 동안 동북아시아에 10만의 군대를 유지한다는 장기 전략도 그의 이름을 따서 "나이 구상"이라고 부른다. 이라크 전쟁은 초읽기에 들어가고 핵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신경전으로 한반도 사태는 극도로 불안하다. 전화로 나이 박사의 진단을 들었다.

김영희=북한 핵위기에 출구가 안보입니다. 미국이 북.미대화가 아닌 중국과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다자간 회의를 고집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어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조셉 나이=부시정부가 다자회담만을 고집하는 건 잘못입니다. 양자회담부터 시작하고 나서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나름대의 역할을 하는 틀을 찾아야 해요. 양자회담이냐 다자회담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두가지 채널을 다 동원해야 합니다.

김=위기를 오래 끌면 부시 정부는 결국 군사행동을 취합니까.

나이=개인적으로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모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영변 핵시설에 대한 한정된 공격을 한다고 해도 사태가 확대될 위험이 있어요.

김=미국의 일부 언론들은 마침내 부시정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없는 사태로 체념하고 핵물질 수출을 막는 데만 노력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는 게 말이 됩니까.

나이=말이 안됩니다. 추측대로 북한이 지금 한개나 두개의 핵폭탄을 가졌다고 합시다. 한두개 가진 것과 가령 여덟개 가진 것은 전적으로 달라요. 북한이 여덟개의 핵폭탄을 갖는다면 일본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다는 지금의 입장을 재고할 겁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그 정도가 되면 핵폭탄을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알 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에 수출할 위험성도 커집니다. 한국.미국.일본.중국.러시아는 북한에 핵무기 개발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모든 노력과 수단을 써야 해요.

김=북한의 위협을 페리 보고서는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는 수준과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구분합니다. 북한 핵이 미국의 생존까지 위협하지는 않는 단계에서도 잠재적인 위협을 제거할 목적으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부시 독트린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나이=앞에서 말한 큰 위험부담 때문에 선제공격은 하지 않을 것으로 봐요. 그러나 9.11 테러 이후 사정이 달라져서 북한이 핵물질을 알 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에 수출하는 것이 확인되면 북한은 미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나라로 재분류될 겁니다.

김=그렇게 되면 군사행동도….

나이=군사적인 대응을 유발할 수도 있어요.

김=하필이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이때 주한미군의 감축.재배치, 심지어는 철수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나이=지금은 미군철수를 거론할 때가 아닙니다. 미군은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미국이 자동개입하는 장치인 인계철선(trip wire)의 역할을 계속해야 해요. 단기적으로는 한.미 간에 견해차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군의 계속 주둔이 두 나라의 이익에 맞습니다. 철군은 두 나라 정부의 협의와 합의 아래 한반도의 안정을 흔들지 않는 방식으로 논의돼야 합니다.

김=이라크 전쟁을 준비하는 부시정부는 프랑스와 독일 같은 동맹국들, 중국과 러시아 같은 주요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래도 전쟁은 합니까.

나이=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한번 더 받아내려고 하고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는 거부권을 행사할 태세입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사태의 전망이 확실치 않아요. 그러나 1백% 확실치는 않아도 이달말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큽니다.

김=미국은 이라크와 알 카에다의 연계를 밝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라크공격을 합리화합니까.

나이=이라크 전쟁은 이라크와 알 카에다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사담 후세인이 지난해 11월 유엔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안 1441호를 위반했기 때문에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김=그렇다면 그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대의명분을 잃는 것 아닙니까.

나이=이라크 전쟁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금지한 유엔 결의안을 이행하는 게 목적이라는 의미에서 1991년 걸프전쟁의 후속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김영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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