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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화해에 달갑잖은 구주|모스크바 정상회담…유럽의 반향|런던=박중희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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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9일 실질적으로 막을 내린 「모스크바」미·소 정상회담에 대해 이곳 「업저버」들은 이 회담이 갖는 상징적 의의에 큰 관심과 평가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평가에서 우선 들어야할 것은 전후 4반세기 동안의 역사적 1기의 전환을 상징했다는 것이다. 「런던」의 「가디언」지의 표현에 따르자면 소위 「트루먼·독트린」에 의해 상징되어온 전후적 질서의 종언을 의미한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태의 지나친 단순화라는 약간의 흠은 있지만 이러한 평가는 그 동안 미·소 정상회담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유럽」인들의 감각을 집약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전략핵무기의 제한문제를 비롯해 이번 미·소 두 수뇌가 이루어 놓은 여러 가지 합의사항들도 그저 그들 자체가 지니는 가치에서뿐만 아니라 이른바 시대적 전환이라는 보다 큰 배경 속에서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무엇보다 미·소간의 군사적인 대결로부터 보다 타협적인 상호접근을 주축으로 하고있다는 뜻에서 이곳 「업저버」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미·소간의 공통적인 해빙의 요구』로 해서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유지·확대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미국의 월남문제, 소련이 안고있는 중공과의 갈등문제를 비롯, 그들이 각기 당면하고 있는 여러 국내적인 압력들은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요인들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요인이나 목적이 분석이야 어떻든 「워싱턴」, 「모스크바」간의 이러한 흐름은 「유럽」안에서의 동서관계에 몇 가지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고있다.
그 첫째로 들 수 있는 것이 지난해 소련이 적극적으로 내세워온 「유럽」안보회의의 개최이다. 전후 적대적 대립을 계속해온 「유럽」의 동서 두 「블록」 국가들이 자리를 함께 하여 이를테면 『냉전의 휴전』을 논의할 「유럽」안보회의의 개최는 이제 그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다.
최근 서독 의회를 간신히 통과한 독·소, 독·파 조약의 체결과 이에 뒤따를 「베를린」문제에 관한 4대국 협정은 「유럽」안보회의의 개최를 가능케 하는 하나의 담보로 여겨지고 있다.
「모스크바」회담이 이들을 다시 확인한 해빙기류는 이러한 전망을 한결 확실한 것으로 해주었다. 그 동안 동서간 관문을 트는 작업에서 선두역할을 해온 서독 「브란트」수상의 언명을 인용한 보도들은 안보회의와 이를 위한 준비를 공식적으로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고 이에 이의를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해빙의 기류에 대한 「유럽」인들 자신의 평가가 한결같이 기대에 찬 것만은 아니다. 이에 대한 「유럽」자체로서의 약간의 의구심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하나의 예로 미·소간의 해빙이 반드시 철의 장막이나 이것이 상징해온 국제 정치적 암영의 해소나 완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하여는 아직도 의문시하는 경향이 상당히 엿보인다.
그 주 이유는 미·소간 상호접근에 대한 「유럽」인의 이해가 무엇보다 「유럽」에 있어서의 동서간 분단의 현상 동결을 전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기는 어차피 4반세기 동안이나 계속되어 왔고 또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서 그것이 새삼스럽게 비관해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토분단 속에서 민족적 자결권에 원칙적으로 희망을 걸어온 서독이나 또 「체코슬로바키아」의 「두브체크」 비극에서 본 동구의 자유주의적 개혁파들이 미·소 상호접근 경향에 약간의 의구심을 느낀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미·소 화해가 소위 사회주의 공동체 속의 소련의 간섭권을 선포한 이른바 「브레즈네프·독트린」의 묵시적 승인을 전제하는 것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면 설혹 그것이 동서 해빙을 위한 적은 대가라 한다해도 이들 당사국들에는 달갑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한편 서구 자체로 만도 미국의 대소화해에, 그리고 이에다 한결 현저화 할 이른바 「닉슨·독트린」의 「유럽」에 적용에 대해 경계를 표명한 관측통들도 없지 않다.
이미 「유럽」등지에 대해 군사방위부담의 계속적인 감소화를 요구해온 미국안 각계의 여론압력은 금년 미국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발전은 강대국 「블록」 정치와는 분리 된 뜻에서 「유럽」 자신들의 존재인식과 소위 자립체제의 확립이 한결 긴요하다는 점을 소스라치게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사실 미·소를 중심으로 한 전후질서가 개편의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 진전과정 속에서 당면한 불가피한 것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이 상징한 역사적 전환이라는데 대해 「유럽」인들이 그저 환성만을 올리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즉 그것이 한시대의 전환을 뜻하는 것은 분명하면서도 그것을 대치할 새로운 질서에 대한 이해나 준비에서는 반드시 각 당사국의 이해가 한결 같을 수 없다는데 있다.
아주 개괄적으로 이야기할 때 미·소간의 해빙이 전후 국제질서를 주재해온 압도적인 요인이었던 군사적 적대대립관계를 보다 상호 타협적인 새로운 질서로 대치할 것이라는데 누구도 이의를 갖지 않는다. 그리고 미·소간의 상호접근은 미·중공간의 관계에서도 상응하게 완화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이곳 「업저버」모두 의견을 같이 하고있다.
그러한 뜻에서 이번 「모스크바」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대체적인 조류가 보다 세부화 한 국지적 사항에 적용될 때의 조정문제에서의 시련은 앞으로 모든 국가들이 겪어야할 적지 않은 시련일 수도 있다는 것이 우려의 초점이 되고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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