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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목 죄는 올가미…「하이퐁 봉쇄」 「닉슨 포석」은 성공하고 있다|「롤랜드·에번브」 「로버트·노바크」기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닉슨」의 월맹항만 봉쇄령이 내려진 지도 2주일이 넘었으나 중공이 월맹 군 수요로인 철도망 보호를 위해 긴급작업부대를 보낸 흔적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닉슨」조치에 대해 중공이 비교적 온건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60년대 말 미군의 북폭이 한창이었을 때 중공이 끈질기게 벌였던 철도보수작업을 이제 다시 시작할 의사가 조금도 없음을 강력하게 암시해주고 있다.
당시 미군기들이 중공과 월맹을 잇는 2개의 주요 철도를 폭격했을 때 4만 내지 5만명의 중공작업부대가 급파되어 철도보수 작업을 서둘렀다. 이러한 중공의 행동은 철도운송망을 유지시키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점증하는 소련의 영향력에 맞서 월맹에 대한 중공의 정치적 입김을 강화시키려는 의도이기도 했다.
중공과 월맹의 관계는 중공의 이 군대가 68년 말 철수한 후부터 점차 벌어지기 시작, 「닉슨」의 북경방문에 이르러서는 최악의 상태로 떨어졌다. 「하노이」정치국은 중공이 「닉슨」을 맞아들인 것을 배신 행위로 생각했다.
중공이 그들의 맹방에 대한 미국의 봉쇄조치에 대해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를 지금 당장 확언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그러나 중공의 현 지도자들은 「하노이」와의 관계가 공공연하게 결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이상으로 월남전에 개입할 생각은 없는 게 분명하다.
「하노이」는 항만을 통해 들어오던 군수물자의 부족상태를 메우기 위해 중공으로부터 육상수송이 불가피 해졌지만, 이상의 이유 때문에 그러한 수송수단이 지극히 어려워졌을 것으로 보인다.
철도와 「트럭」을 통해 15%를 중공으로부터 보급 받고 있는 월맹의 군수물자는 앞으로는 현재의 비교적 낮은 보급상태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하노이」주위에 대한 올가미는 현저하게 좁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곳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하루 3만 내지 4만t의 하역능력을 갖고있는 「하이퐁」항이 봉쇄됨으로써 월맹은 봉쇄조치 2주일만에 약50만t의 군수물자 부족을 겪게된 것으로 추측된다.
「하노이」가 보급로 차단으로 인한 막중한 심리적 타격은 그만둔다 하더라도 그 군사적 의의만도 대단히 중요하다.
「후에」 「콘툼」 「안록」에서 월남군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월맹야전사령관들은 이제까지는 착실히 보급돼 오던 군수물자를 절약해야 할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음에 틀림없다. 세 전선주위에 얼마만큼의 군수품이 저장돼 있다 하더라도 보급로가 차단됐다는 것은 결국 재 보급이 중단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 군사작전의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성도 「콘툼」주변의 월남 군 기지들은 지극히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지만 공산군은 오랫동안 예측돼 오는 공격을 삼가 하고 있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만약 공산군들이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격만 감행한다면 「후에」를 함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군사전문가들이 벌써부터 믿어왔으나 아직까지 이 공격은 개시되지 않고 있다.
재 보급의 길이 막힘으로써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미지의 상황 속에 깊숙이 뛰어들지 않겠다는 조심성이 바로 그 이유이다.
「하노이」는 서독의회가 독-소, 독-파 양 조약을 비준한 후 소련이 「닉슨」의 항만봉쇄에 대해 군사적 반격위협을 가할 것이라는 실현성 없는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우연한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하노이」는 오히려 이보다는 장차 전쟁수행 잠재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초래한 군사적 입장을 재평가하는 쪽으로 기울어 질 것이다. 아울러 월맹은 그들이 필요한 중공과 소련의 전면적인 지원을 저해하고 있는 정치적 상황도 재고할 입장에 놓여있다.
만약 앞으로의 추세가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월맹에 대한 올가미는 종국적으로는 「닉슨」이 희망했던 바로 그대로 팽팽하게 죄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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