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 운동」의 고동(15)-표준사업별로 그 현장을 가다|메탄·가스 시설-경북 금릉군 복전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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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북 금천시에서 북으로 9km. 직지사입구에 자리잡은 경북 금릉군 복전부락은 「메탄·가스」마을로 통한다.
부락 1백28호 중 3·2%에 해당하는 40호가 「메탄·가스」 시설을 갖추고 있다. 「메탄·가스」 이용이란 소·닭·돼지 등 가축의 분뇨나 인분을 모아 여기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파이프」를 통해 연료로 이용하는 것.
시설비가 많이 드는 것이 흠이지만 「가스」곤로의 「노즐」만 틀면 무엇이든 쉽게 끓일 수 있기 때문에 농촌주부들에게는 더 없이 편리한 것이다.
복전부락에 「메탄·가스」시설이 처음 소개된 것은 71년 3월.
당시 군 당국은 농촌진흥청 정책사업인 「메탄·가스」시설의 보급을 위해 복전부락을 시범지구로 선정, 가구 당 1만2천원의 자재비룰 지원하며 권장했었다.
복전부락은 마을지도자 박봉근씨(64)의 지도아래 일찍이 발전된 모범부락.
그러나 「메탄·가스」가 이용되기까지는 복전부락으로서도 숱한 애로와 시행착오를 거쳐야했다.
주민들은 처음에 닭똥·소똥에서 「가스」를 뽑아 연료로 쓴다는 말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예정했던 40호의 신청을 받는데도 농촌지도소 직원과 마을지도자 박씨가 1주일간 설득작업을 벌여야했다.
그 해 3월 14일에는 신청자 대표 10명이 대구에 있는 농촌진흥원에서 4일간 시설교육을 받고 돌아와 작업을 시작했다.
이때에도 대부분의 신청자들은 「시멘트」·목재 등 지원자재를 받고도 관망하는 태도를 취할 뿐 작업에 손을 대지 않았다.
작업은 기술을 요했다. 가로·세로·길이 각 2m두께의 「시멘트」로 된 「가스」발생 「탱크」를 만들고 원료유입토관·목책·「홀더」·염화「비닐·홀더」 등 교육받은 대로 시설을 하는데 10일이 걸렸다.
김수학씨(46)가 제일먼저 작업을 끝내고 원료로 우분과 계분을 쓸어 넣고 「가스」발생을 기다렸다.
그러나 예상했던 발효기일 15일이 지나고 20일이 넘어도 「가스」 곤로에서는 악취만 풍길 뿐 「가스」는 나오지 않았다.
작업을 시작했던 남재현씨(39) 등 대부분이 작업을 중단했고 「가스」곤로·「비닐·호스」 등 기구를 사놓았던 사람들은 『공연한 돈을 썼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김씨는 시설을 일일이 점검한 결과 실패의 원인은 「가스」를 수집하는 「비닐·홀더」가 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비닐·홀더」는 바늘구멍만 있어도 「가스」가 새서 못쓴다. 김씨집 일을 계기로 조사한 결과 다른 것도 대부분 작은 구멍이 수 없이 뚫린 불량품임이 밝혀졌다.
「비닐·홀더」는 농촌지도소의 알선으로 1개에 3천 5백 원씩 단체 구입한 것인데 이 때문에 한때 큰 말썽을 빚고 모두 교체했다.
다시 작업을 시작, 드디어 4월말께 김동철씨(25) 집에서 처음으로 점화에 성공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 마을 사람들이 김씨 집으로 몰려들어 「가스」 곤로에서 피어오르는 파란 불꽃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날부터 작업을 않고 있던 집에서도 모두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노인두씨(21) 집에서는 「가스」를 제때 뽑지 않아 목책「홀더」가 폭발하는 등 집집마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40호가 모두 「가스」불을 쓰게 된 것은 6월말.
「메탄·개스」의 이용은 나무를 때던 농가연료에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왔다.
주부들은 매운 연기를 마시며 나무를 땔 필요 없이 「가스」곤로의 「노즐」만 틀면 되었고 취사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되었다.
남자들은 나뭇짐을 벗게되고 나무를 사서 때던 집에는 연료비가 4분의1로 줄었다
1년간 2만6천원 어치의 나무를 사 때던 김수학씨는 나무 값이 6천원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메탄·가스」 이용은 산림녹화 청정재배 (살균된 폐액을 비료로 쓴다) 등의 이점이 있었다.
실용성이 드러나자 작년에 신청을 외면했던 남중현씨(34) 등 2명은 새마을운동과 함께 금년 봄 자비 2만여 원을 들여 완비했다. 그러나 「메탄·가스」의 이용에는 몇 가지 난점이 있다고 지도자 박씨는 지적하고 있다.
첫째, 경비가 2만8천 원쯤 드는데 이만한 돈을 일시에 지출하는 것은 농가경제사정으로 보아 무리라는 것.
둘째, 「가스」발생 「탱크」는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데다 미관상 불결하다.
셋째, 6식구의 취사를 하는 경우 원료공급을 위해 최소한 소 1마리, 돼지(1백근 이상) 1마리를 사육해야하므로 가축이 없는 집은 사용이 어렵다.
넷째, 시설과 이용에 기술을 요하므로 당국의 지도 없이 주민들의 힘만으로는 이용이 어렵다는 것.
그러나 일단 시설만 해놓으면 「메탄·가스」 이용은 『농가의 이기』라며 박씨는 온 마을의 「가스」화를 서두르고 있다. <금릉=신성순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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