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임야·녹지 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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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시의 「일단의 주택지조성사업 일체불허방침」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투기 붐을 타고 과잉하게 일어난 도시개발에 일대 브래이크를 가하는 한편 공공단체 및 민간 디벨러퍼(단지개발업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그동안 서울시를 비롯 주택공사·수자원개발공사·신탁은행 등 공공단체 그리고 민간 디벨러퍼들은 주택난 해소를 위한 도시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자연과 임야·녹지를 마구 파헤치고 거대한 택지조성을 곳곳에 하여 돈벌이를 해왔다.
그러나 이렇게 도시미관을 파헤치고 5년 이상 20년 정도의 나무 우거진 임야를 하루 아침에 불도저로 밀어버리며 주택단지개발을 서두른지 불과 5년∼6년만에 서울의 임야는 황폐할 대로 황폐해져 이제는 녹지와 임야 보호문제가 도시책상 커다란 문제점으로 클로스업 되고 말았다.
71년7월19일 도시계획법이 개정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일단의 주택지 조성사업은 서울시 녹지과에서 주관한 개간허가 하나로 간단히 처리되어 곳곳에서 임야를 밀어버리고 주택지를 조성했다.
개정 도시계획법은 주택지조성사업을 개간허가 하나로 처리할 수 없다고 하여 3천여 평 이하는 대지 지목이 임야인 경우 개간 및 사도개설 허가를 받도록 하고 3천 평 이상 1만 평까지는 개정도시 계획법에 명시된 주택지 조성사업으로 규정, 지방자치단체 의장이 허가하며 1만평 이상의 규모일 때는 지방자치단체 의장이 건설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주택지 조성사업을 하도록 법규화 했었다.
서울시는 일절 불허방침에서 3천 평 이하의 대지 중 지목이 임야인 경우 개간허가를 해주지 않을 뿐 아니라 지목이 전·답 그리고 잡종지로 되어 사도개설 허가를 얻어 주택지 조성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곳도 사도개설 허가조차 해주지 않기로 못박았다.
이러한 강경 조치는 과잉한 도시개발에 브레이크를 가하는 이외에 녹지와 임야를 보호하며 현재 완성 또는 공사 중인 주택지 매매에 활기를 띠게 하는 다목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방침은 그린·벨트는 물론 서울시 전역에 해당되며 구획정리도 앞으로는 녹지와 임야를 되도록 보존하는 방향에서 공사실시를 하도록 제한한다.
이 방침에 대해 일부에서는 영동 지구 등 서울시가 벌인 구획정리사업으로 된 체비지 매매가 없기 때문에 이미 완성된 체비지 매각을 촉진시키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는 비난도 있다.
개간 허가나 사도개설허가가 나지 않는 한 임야·전답·잡종지로 된 지목은 따라서 일절 변경할 수가 없다.
현재 서울의 가구는 1백15만1천78가구이며 주택 수는 59만3천70 동으로 54·1%의 주택율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서는 1백30만 동의 주택이 필요한데 현재 개발되어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주택지 조성면적은 2천5백여만 평으로 과잉개발이 되어 5년 후인 76년에 1백49만 가구가 된다고 해도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예로 50만 가구가 늘 것을 예상, 가구 당 50평씩 해도 2천5백만 평이면 된다.
개발을 서두르다보니 임야와 녹지보존이 문제되고 과잉개발로 주택지가 곳곳에 남아 돌게되어 서울시는 뒤늦게야 일절 불허라는 단안을 내리고 만 것이다.
이 일절 불허조치로 주택지 조성공사를 벌이려면 공공단체 및 민간조합, 그리고 일반 민간인들이 많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
서울 영등포구 봉천동에 2만5천 평의 임야를 사놓고 택지조성공사를 벌리려던 파월군인 및 전상자 일동의 조합은 서울시로 찾아와 월남전선에서 피·땀으로 아껴 모은 돈으로 임야를 사서 내 집을 가질 꿈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한숨지었다.
서울시는 이 방침으로 자체의 구획정리계획도 수정, 천호 토지구획정리지구에 있는 50여만 평의 임야를 살리기 위해 공고사업지역에서 임야를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남서울 토지구획정리 사업조합은 총 사업 면적 57만 평 중 임야 20만 평을 빼면 사업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어 수억 원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 구획정리 사업을 위한 토지계획법이 임산물 단속법을 배제할 수 있는지의 유권해석을 법무부 등 관계 기관에 질의, 법 해석 절차를 밟겠다고 버티고 있다.
녹지와 임야를 무질서한 개발에서 보호하려는 서울시의 마지막 안간힘은 주택지 조성을 꾀하려는 단체 및 조합 그리고 민간업자와 이해가 너무도 상반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난관에 부딪칠 것이 예상된다. <양태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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