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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재선 고지에 새 복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해빙 외교」 「협상 시대」란 기치 아래 「닉슨」 대통령이 벌여 온 화려한 외교 곡예 앞에 주춤했던 미국의 반전 운동이 이번 미군 기의 「하이퐁」 「하노이」폭격을 계기로 재연, 또 다시 전 미국에 대대적인 반전 시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 공군의 확폭에 따라 월남전이 가열되자 대학가에서 술렁이기 시작한 반전 「데모」는 월남전의 조기 종식·북폭 반대·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군중 시위로 변모, 23일까지 연 7일째 「뉴요크」 「시카코」 「샌프란시스코」 「엘파소」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열도를 더 해 가고 있다.
「뉴요크」에서는 약 3만명,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약 1만명이 「데모」를 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약 3만명의 「데모」대가 반전 여우 「제인·폰다」,「커미디언」 「딕·그레고리」 등의 지휘로 시위를 벌렸는데 앞으로 그 범위와 규모는 확대 일로를 치닫게 될 것 같다,
이번 반전「데모」의 한 특징은 「예일」·「하버드」·MIT 등 유명 대학 총장들의 지지를 받았으며 「뉴요크」에서는 진압해야 할 입장에 있는 「존· 린지」시장으로부터도 응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또 미국을 휩쓸고 있는 반전 「데모」는 「유럽」에 까지 번져, 「파리」를 비롯한 수 개 도시에서도 소란을 빚었으며 「스웨덴」·「덴마크」들은 외무성이 미국의 북폭을 반대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미 의회 안에선 월남전을 반대해 온 비둘기파는 물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선 「맥거번」·「머스키」·「험프리」 의원을 필두로 「케네디」의원이 가세, 일제히 대 「닉슨」 비난의 포문을 열고 있다.
「위스콘신」 예선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맥거번」의원은 앞으로 있을 「매서추세츠」 예선과 11월의 대통령 선거를 강력하게 의식, 이번 북폭 조치를 『저차원의 야만행위며 어리석은 강경 조치』라고 힐난했으며 「머스키」·「험프리」·「케네디」 의원 역시 「닉슨」 의 「월남화 계획」의 실패를 통렬히 비난했다.
월남전에 대한 미국의 태도뿐 만 아니라 인종 차별·ROTC 문제까지 곁들여 규탄, 거의 폭력적인 충돌로까지 번지고 있는 대학생들의 시위는 미국의 곳곳에 교통 마비 등 치안 문제까지 초래하고 있다. 「플브라이트」 상원 외교 위원장이 주재한 청문회에선 「로저즈」 국무, 「레어드」 국방장관을 불러 공개적으로 행정부의 대 월남 정책을 맹렬히 공격했고 공화당 하원 의원총회는 대통령의 전쟁 수행 권한을 축소시키는 법안을 60대 16으로 가결시켰다. 이어 23일 미 상원의 반전파 의원 81명이 「닉슨」과의 면담을 요청함으로써 「닉슨」의 침묵에 대한 명확한 회답을 촉구하는 반전파의 다각 공세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난 70년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을 규탄하여 벌인 대대적인 반전시위 이후, 「닉슨」의 철군 계획과 중공 방문 등, 정치 술수에 걸려 『울며 겨자 먹기』식의 침묵을 강요받았던 미국의 반전·반체제 운동은 이번 「닉슨」의 확폭 조처로 인해 다시 그 『존재이유』를 되찾은 느낌이다.
미국의 「캄보디아」 침공을 『불쌍한 거인의 힁포』로 받아 들었던 세계 여론은 이번에도 미국에 불리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0년 미국의 「캄보디아」침공 동기의 설명을 『미국이 전쟁에 패해 2등 국가가 되는 것을 보느니 보다 차라리 대통령을 한 번으로 끝내겠다』는 데서 찾았던 「닉슨」이었지만 재선을 코앞에 둔 지금은 대 국민 설득이 훨씬 어려워 졌다.
미국 안의 반전 여론의 조성, 세계 여론으로부터 미국의 소외 등은 이번 공세에서 「하노이」 측이 파논 함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이 이 함정에 걸려들든 않든 간에 「패배」의 자인으로 월남전의 종식을 결코 원하지 않고 있는 한 월남전은 올 대통령 선거에서 틀림없는 중요 「이수」로서 재등장할 것 같다. <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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