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예방은 힘드는 것 아니다|박멸 주간에 살펴본 그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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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사부와 한국 기생충 박멸 협회(회장 이종진 박사)는 20일∼27일 1주일간을 『기생충 예방 강조주간』으로 선정, 기생충에 대한 가두 무료 상담 및 검변 실시 등의 계몽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집단 구충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분뇨 처리 및 청정 채소 보급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해마다 당국과 전문 기관의 계몽과 예방 정책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 나라는 『기생충 왕국』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으며 부끄럽게도 기생충 감염율이 동남아에서 수위를 「마크」하고 있는 실정이다.
71년12월 보사부가 발표한 우리 나라 국민 기생충 감염율(평균치)을 도시와 농촌으로 나누어 보면 회충 55%(도시45%·농촌65%) 편충 62%(도시 61·2%·농촌63·5%) 십이지장충 11%(도시8%·농촌13%) 동양모양 선충 7%(도시10%·농촌6%) 간「디스토마」 4·5%(도시3·3%·농촌5·2%) 폐「디스토마」0·1%(도시와 농촌간 0·1%) 촌충 1·7%(도시1·5%·농촌2·3%)로서 농촌에서의 감염율이 도시보다 높았고 편충 감염율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편 한국 기생충 박멸 협회가 71년도에 춘추로 실시한 전국 초·중·고교 학생 기생충 검사 결과에 의하면 총1천l백81만3천8백68명의 검사자 가운데 71·4%가 각종 기생충만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각종 기생충별로 볼 때 회충 52·48%, 편충 39·7%, 십이지장충 0·8%, 동양모양선충 0·3%, 요충0·3%, 간「디스토마」0·4%, 폐「디스토마」0·04%, 촌충 0·8% 기타 0·2% 이었다.
기생충 감염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높은 것은 비위생적인 생활 환경, 채소 재배에 인분 사용, 국민들의 생식 습관, 기생충에 대한 인식 부족, 기생충 만연에 적당한 기후 조건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기생충은 우리의 귀중한 피와 영양분을 빼앗아 건강을 좀 먹을 뿐만 아니라 노동력을 떨어뜨림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 특히 회충과 편충 등의 높은 감염율은 저연령층, 그 중에서도 학령기 아동들의 신체와 정신 발육을 저해한다. 또 십이지장충은 회충보다 낮은 감염율을 나타내고 있으나 빈혈을 초래하는 등 그 임상적 피해는 회충보다 오히려 심각한 때가 많다.
일반적으로 기생충에 감염되면 두통·복통·소화불량·식욕부진·체중감소·두드러기·빈혈 등이 초래된다.
특히 회충이 많은 어린이는 학교 성적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등 정신 발육에 지장을 받는다.
또한 회충이 1년 동안 국민의 뱃속에서 먹어 치우는 당분의 양은 우리 나라의 쌀 총 생산량과 맞먹는다고 하며 촌충의 피해는 연간 7백16억64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건강을 좀 먹고 국력을 횡령하는 기생충의 예방은 그다지 힘든 것은 아니다.
기생충을 근절하기 위한 기본 방법은 기생충 생활사의 어느 한 부분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다.
즉 ⓛ대변 내의 충란을 완전히 죽이는 효과적인 인분 처리 ②충란 또는 유충의 인체 내 침임을 방지하는 감염 방지 ③인체 내에 기생한 성충을 구제하는 구충법 등 3가지가 기본 방법이다. 인분 처리는 기생충을 예방하는데 퍽 효과적인 방법이나 우리 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여건 하에선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허다하다. 따라서 적극적인 청정채소 보급 사업이 보다 절실하고 중요하다.
그리고 소극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집단적인 구충 사업이 기생충 감염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기본 방법 이외에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에게 대한 활발하고도 적극적인 계몽 보건 교육이다. 국민 각자에게 기생충의 생활사·발병 증세·직접적인 피해·감염 예방법 등 구체적인 계몽 교육이 기생충 감염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한다. <김영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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