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의 권위주의에서 탈피|올해 오스카상 낙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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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0일 밤(한국시간 11일 정오)「로스앤젤레스」「뮤직·센터」에서 열린 금년도 제44회 「오스카」상시상식은 예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띠면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권위주의와 상업적인 뒷거래에 관한 잡음이 끊임없이 꼬리를 물었던 것이 이제까지의「오스카」상에 대한 고정관념이었다면 금년도「오스카」상은 그러한 고정관념을 얼마쯤 배제시킬 수 있는 영화상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도 회복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사양화한 영화산업에 대하여 일반이 느끼고 있는 거리감을 좁혀보려는 노력이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른바 반전여우로 불리는「제인·폰다」가 『클루트』에서의「콜·걸」역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라든지, 아직도 2류 급 배우로 꼽히는「진·해크먼」이『프렌치·커넥션』에서의 냉혹한 형사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그러한 현상의 단적인 표현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금년도「오스카」상의「스포트·라이트」는 20년만에「할리우드」에 환 향한 세기의 희극 왕「찰리·채플린」에게 쓸렸다. 20년 전 사상적 이유로 추방되다시피 「할리우드」를 떠난「채플린」에게 미국영화「아카데미」는『영화에 대한 그의 지대한 공헌』을 기리기 위해 특별상을 수여키로 함으로써 특별 귀국했던 것.
부문별 시상이 끝난 후.「채플린」에게「트로피」가 수여되자「채플린」은 왈칵 눈물을 쏟으면서『어떤 말로도 이 감격을 표현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제인·폰다」를 비롯한 수상자들이「채플린」을 둘러싸고 그 옛날 그가 불렀던『마음이 아플 때 웃어라』는 노래를 합창하자 수천의 관객들이 일제히 따라 불렸다.
식장에 입장하지 못한 관중들은「뮤직·센터」밖에 마련된 나무「스탠드」에 몰려 앉아 「채플린」과 「제인·러셀」제인·파웰」등 왕년의 명배우들이 입장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작년처럼 격렬하지는 앉았지만 금년에도「호모섹슈얼리스트」들과 반전주의자들이「뮤직·센터」밖에서「피키트」시위를 벌였다.
금년도「오스카」상시상식은「할리우드」의「가십」기자들에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는데「라켈·웰치」「나탈리·우드」「리저·미넬리」등이 그 대상.
「웰치」는 아슬아슬하게 노출된 옷을 입고 축구선수인「조·나마드」와 팔짱을 끼고 입장했으며「우드」는 이혼한 전 남편「로버트·와그너」와 다정하게 갈이 입장했는가 하면 「미넬리」는「루실·불」의 아들인「데지·아나즈」와 함께 입장하여 주목을 끌었던 것.
남우주연상후보인「월터.·매도」는 입장 할 때 소감을 묻는 기자질문에 자기는 가망이 없음을 말하면서「제인·폰다」「진·해크먼」이 수상할 것을 암시하여 화제가 됐다.
한편「제인·폰다」의 아버지「헨리·폰다」도 시상식에 앞서「제인」의 수상을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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