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신문기자에도 흑백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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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권법안을 지지하고 있는 신문사가 실은 지독한 인종차별에 의한 인사처리를 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지의 흑인기자들이 규탄하고 나섰다. 이들 흑인기자들은 사회의 공기를 자처하는 신문사의 흑백차별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리기 위해 비교적 흑인기자들이 많은 워싱턴·포스트 지의 사정을 예로 들어 기사화 할 것을 사주 측에 요구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발행 부수 1만부 이상의 일간지 총 1백 96개 사에서 흑인기자의 수는 전체의 2%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그중 1백 49개 신문사는 흑인해외특파원을 한명도 기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
워싱턴·포스트 지의 경우 편집분야 종사자 총 3백 96명 중 9.3%인 37명이 흑인인데 절대 수는 타사에 비해 비교적 많지만 알고 보면 이들에 대한 차별대우란 참을 수 없다는 것이 흑인들의 주장이다.
기껏해야 전 인구의 72%가 흑인인 워싱턴DC담당 사회부기자밖에 시켜주지 않으며 외교·국내정치·경제·스포츠·연예를 담당하기란 극히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포스트지 사회부엔 부장이하 9명의 흑인기자가 있으며 정치부엔 부원 24명 중 흑인기자가 단 1명. 부장이란 흑인이 차지할 수 있는 유일한 실권 있는 자리인 것으로 포스트 지에선 통하고있다.
지난 2월 28일 흑인 저널리스트들은 적어도 전체의 35내지 45%의 흑인기자를 기용해줄 것을 포스트지 당국에 요구했다.
여기에 대해 하워드·시몬즈 편집국장은 동료로서 혹인 저널리스트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그래도 포스트지가 가장 많은 흑인기자를 기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앞으로 보다 많은 흑인을 채용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흑인 저널리스트들은 이에 불복, 26명의 서명을 받아 그들의 요구를 행동에 옮기기로 하고 그 예비단계로 사주 및 편집간부들과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백인동료들은 대부분이 동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사실상 흑인들이 요구하는 수의 유능한 흑인 저널리스트들이 없음을 들어 이들의 투쟁이 극한행동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고있다.
정식 수습기자채용시험이 없고 대부분 동료기자들의 추천에 의해 기자를 채용하고있는 워싱턴·포스트지로선 백인기자가 흑인기자보다 많은 한 흑인의 대거기용이 사실상 어려운 형편에 처해있다.<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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