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편의점 대대적 확대 … 골목 상권 침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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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홈플러스가 지난달 서울 역삼동에 문을 연 편의점 ‘365플러스’ 테헤란점이 18일 영업 중이다. 이곳 2층에서는 편의점 사업 관련 설명회가 진행된다. [강정현 기자]

홈플러스가 편의점 ‘365플러스’를 내세워 골목상권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상생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다른 유통업체들이 출점을 자제하는 상황과 대비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서울 역삼동에 테헤란점을 모델 점포로 오픈하면서 2층에 전용 창업설명회장을 개설했다. 설명회장에는 강연장과 창업상담 소회의실 4곳을 갖췄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부터 이곳에서 설명회를 본격 실시하고 있다. 2주에 1회 진행하던 설명회를 테헤란점 개장 후에는 하루 2회로 강화했다. 직장인들이 퇴근한 뒤 참석할 수 있도록 일부 설명회 시간을 오후 7시에 편성하고 토요일에도 상담을 하고 있다. 8일 테헤란점에 들어서자 매장 한쪽에 ‘설명회장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2층에 올라가자 상주 직원은 “정해진 시간 외에 오는 손님에게도 언제든 일대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창업을 안내한다”고 말했다.

 설명회에서 홈플러스 관계자는 CU·GS25·세븐일레븐 등 경쟁업체와 조목조목 비교했다. 그는 “다른 편의점보다 영업장려금을 5% 더 얹어준다” “마트에 들어가는 상품을 다른 점포보다 5~10% 싸게 공급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있다” “초기에 뛰어들어야 목 좋은 곳을 잡을 수 있다”는 등의 말로 점포 개설을 설득했다. 홈플러스 도성환 사장은 이달 1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상생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타에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전용 설명회장을 열고 골목상권 공략 확대에 나선 것이다. 도 사장은 지난달 미국 출장에서 “앞으로 10년간 매장을 5000개로 확대하겠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홈플러스의 이런 움직임에 유통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최근 국내 편의점 업체들은 골목상권 보호 분위기에 맞춰 출점을 자제해 왔다. 실제 CU와 세븐일레븐은 올 들어 점포 수가 지난해보다 각각 60~80개가량 줄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인 홈플러스가 국내에 퍼지는 상생 분위기를 영업 확장 기회로 삼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방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영국의 유통업체 테스코(TESCO)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편의점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금지되고 월 2회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지만 편의점은 이런 제한이 없다. 또 점포 수가 1000개 미만일 경우에는 동일 가맹점 간 신규 출점 거리제한(250m) 규제도 받지 않는다. 365플러스는 현재 서울·경기에 50여 개를 운영 중이다. 900개 이상을 추가로 개설할 때까지 거리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최근 상생 분위기 덕에 그나마 한시름 덜었는데 대형 유통업체인 홈플러스가 잘 갖춰진 물류망을 바탕으로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면 골목 수퍼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태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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