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권좌에 이변 「셸레핀」 갑자기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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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오랫동안 뒷전으로 물러나 있던 소련 정계의 「다크·호스」이며 현 당정치국원인 「알렉산드르·셸레핀」 (54)이 지난 20일 「소비에트」 노동 조합 대회에서의 기조 연설을 신호로 「포스트·브레즈네프」를 바라보는 새로운 「권력 유망주」로 복귀했다.
「크렘린」 권력층 내부의 소장 강경파를 대표한다고 알려진 「셸레핀」은 공산 청년 동맹 의장·국가 보안 위원회 의장·부수상·서기국원·정치국원으로 착실히 권력의 계단을 밟아 올라가다가 67년에 전「소비에트」 노조 의장이라는 한직으로 따돌림을 당해 일단 권력의 핵심에서 소외된 바 있다.
그 이유는 야심 만만한 「셸레핀」의 화려한 경력과 눈부신 진출에 「브레즈네프」가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란 설이 유포됐었다.
과연 그후 「셸레핀」의 지위는 현저히 퇴색된게 사실이다. 「크렘린」궁에서의 집회 때나 「트로이카」 수뇌의 방문 외교 송영 때를 두고 보아도 그는 항상 다른 정치국원보다 한 걸음 뒤떨어진 자리에 「외롭게」 서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곤 했었다.
그러던 그가 지난 20일 돌연 전 노조 대회에 나타나 모든 정치국원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당당히 기조 연설을 행하고 그 연설문이 그 다음날 「프라우다」에 전문 게재되는가 하면 TV도 20분간이나 그의 얼굴을 요란하게 방영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업저버」들은 이것이 「셸레핀」의 권토중래를 전조 하는 사건이며 소련의 권력 위계 질서 내부에서의 「셸례핀」의 눈부신 상승을 암시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불운했던』 「영·터크」, 따돌림을 받았던 야심가 「셸레핀」의 돌연한 복귀를 가져온 배경은 무엇인가.
여기엔 「브레즈네프」가 노조 의장 「셸레핀」과 제휴하지 않으면 안될 불가피한 소련 국내 사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견해가 있다.
그 사정이란 현행 5개년 계획의 원활치 못한 시동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5%선으로 뚝 떨어진 노동 생산성의 신장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불가불 8천만 노동자의 정점에 서 있는 「셸레핀」과의 제휴가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셸레핀」의 상승은 「조반」 형식이나 노선상의 제휴라기 보다는 권력 「게임」 과정에서 나타나는 동상이몽의 악수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소련 경제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브레즈네프」는 서방측의 기술과 자본을 도입하는 일방 국내적으로는 노동 생산성의 향상을 꾀한 나머지 탐탁하게 안 보던 「셸레핀」을 다시 중용, 일종의 묘한 정치 유예를 구사하는 가운데 「셸레핀」 자신은 정치국원 「수술로프」와 합작해 새로운 소장 세력의 주역으로 발돋움하지는 않을까. <유근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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