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무드」의 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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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경기회복대책의 일환으로 관광「호텔」안의 오락시설에 대해서는 철야영업을 허가하기로 하고 공연장설치를 학교주변에도 허가하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한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그 동안 관광「호텔」의 「고고·클럽」이나 「나이트·클럽」 「카지노」등의 심야영업에 대하여서는 말썽이 그치지 않아 퇴폐풍조단속의 일환으로서 정부는 한때 단호한 조치를 취했던 것인데, 이제 그 방침을 변경하여 이를 다시 허가키로 한 것은 관광수입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 수긍할 수 없는 조령모개 정책이라 하겠다. 또 학교주변의 정화지역 안에도 구릉이 있거나 고층건물이 있어 학교에서 바로 보이지 않는 곳은 공연장을 허가하기로 변경했다고 하는 것도 찬성하기 어렵다.
정부의 유흥장허용 조치는 한편에서 「새마을」운동이 한창 진행되고있는 도중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니 만큼 시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정신을 풀이하면서 박대통령은 『우리의 국난극복은 모든 국민의 자세와 생활태도를 올바르게 하고 힘을 합 쳐야만 비로소 가능하다…』고 한 바인데 국민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퇴폐풍조를 몰아내고 건실한 기풍을 진작하는 등 정신개혁이 얼마나 중요한가 쉽사리 알 수 있다.
이처럼 대통령이 온 국민에게 자립자조의 새마을정신을 강조하는 이 마당에 과연 관광 「호텔」오락시설의 심야영업이 올바른 정신진작에 무해할 것인가는 누구나 다시 한번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몇몇 관광「호텔」의 「고고·클럽」등 오락시설에 출입하는 외국인의 수가 얼마나 되며, 그들이 뿌린 돈이 얼마이고 외국인과 내국인수의 비율은 어떠한지 정부가 조사한 일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통계를 보더라도 이들 관광「호텔」의 심야 「나이트·클럽」에 들르는 외국인의 수보다는 내국인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은 본 난이 누차 지적한바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비생산적인 목적으로 이런 유흥장소에 드나들어 사회전체의 기강을 흐리게 해왔던 것도 가리울 수 없는 현상이다.
몇 푼의 관광수입을 더 올리기 위하여 외국인들에게 국민 중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무위도식이나 하는 유흥인들의 광란을 구경 시켜야만 할 것인가. 외국에 보내지는 관광안내책자에 한국의 밤은 요염하고 한국의 여자가 값싸고 「서비스」가 좋다고 기록되는 것은 몇 명의 외국인 「플레이보이」의 돈을 거둬들이기 위하여 국가와 민족의 체면을 손상케 하는 것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외국과의 외교에 있어서나 국민간의 이해증진에 있어서 관광 「호텔」오락시설의 심야영업은 「마이너스」효과 밖에 가져 올 수 없는 것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을 위하여 관광「호텔」 오락시설의 철야영업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하면, 외국인에게만 입장을 허용할 것이요, 내국인, 그것도 20대나 30대 청소년들에게는 심야입장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학교근처의 공연장 허가문제도 같은 발상에 따라서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학교주변의 공연장이 호객행위를 하여 시끄럽기 때문에 3백m이상 거리를 두게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입법 취지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고 한창 공부에 전념해야 할 2세들이 난잡한 공연장의 모습을 봄으로써 나태와 유흥에 유혹되어 면학정신이 흐트러질까하여 이 규정을 둔 것이다.
정부는 국민총화가 시급한 현 시국에서 자립자조 하는 새 기풍을 진작하는데도 암적 장애가 될 유흥 「무드」조장정책을 지양하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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