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4반세기…출판문화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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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 나라 도서출판의 총 본산인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오는 3월15일로 창립 25주년을 맞는다. 출협이 걸어 온 4반세기의 자취는 바로 해방 후 우리출판문화의 역사며 나아가서는 우리문화발전의 「버로미터」라 할 수 있다.
출협은 이날을 맞아 출협 4반세기의 역사와 해방 이후 한국출판계의 현황을 개관할 수 있는 『출협 25년사』를 편찬하고 또 독서인구 증대방안에 대한 논문현상모집 등 사업을 벌인다.
그러나 출협이 지난 25년간 출판문화의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한국의 출판계는 아직 자금의 영세성, 유통질서의 혼란, 인적자원 확보, 국민독서습관화, 출판정책 부재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으며 이는 바로 성년기에 들어선 출협이 당면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출협이 발족한 것은 해방후의 혼란기인 1947년3월15일. 출판문화의 향상과 회원의 권익옹호를 위해 1백97개의 회원사에, 고 김창집씨를 초대 회장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6·25를 전후한 10년간은 회원친목단체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고 출협이 제 기능을 찾아 국내외적으로 본격적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57년4월 국제출판협회(IPA)에 정식 가입한 후부터이다.
출협이 주로 해온 일은 해마다 여는 전국도서전시회 등 독서인구확대운동과 국제도서전 및 국제회의 참가를 통한 출판문화의 해외교류사업 등을 들 수 있다.
매년 10월 독서주간행사로 열리는 전국 도서전은 작년으로 15회를 맞았다. 47년 1회전을 연후 동란 후 54년의 제2회전에는 9백여 종의 도서들이 출품됐고, 해를 거듭할수록 출판사와 일반 독자들의 관심을 모아 최근에는 출품도서가 2만여 종으로까지 늘어나게 됐다.
또 국제출판협회에 가입한 후 출협은 매년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비롯, 「런던」 「브뤼셀」 「워싱턴」 「마닐라」등 세계각지의 국제도서전에 한국도서를 출품, 한국도서의 해외시장 개척 등 출판문화의 국제교류를 활발히 벌여왔다.
이밖에 출협이 벌여온 출판관계자 「세미나」, 독서강연회, 독서조사, 모범장서가 표창, 각종 현상모집 등 사업도 출판문화발전과 독서인구확대 등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제 성년기에 들어선 출협으로서는 한국출판계의 오늘을 정확히 진단하고 좀더 적극적인 출판문화의 장기개발계획을 세워야할 때인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출판계는 수년 동안 불황의 악순환만 거듭되고 있다. 영세자금의 출판사가 양서를 낼 수 없으며 양서 없이 독서인구가 늘 수 없는 것이다.
한때 출협에 가입된 회원출판사는 1천2백개사로 늘었었지만 현재 소재를 확인할 수 있는 출판사가 6백개사 정도며 또 이중에서 매년 회비를 내는 출판사는 4백개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량도서·「덤핑」도서 등을 막아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양서출판을 지원하기 위해 발족한 출판금고는 현재까지 4천 만원의 기금밖에 확보하지 못해 본래의 목적사업을 하나도 벌이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도서 일원공급기구의 설립은 여기에 드는 기금이 출판계 자체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막대한 것이어서 정부가 적극 지원해주지 않는 한 기대해보기 어렵게 되어있다.
이밖에 편집자의 자질향상문제도 오랫동안 논의되어왔다.
출판인들은 편집자의 재교육 등 출판계의 인재확보가 출판계발전의 가장 큰 문젯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출협은 출판사 대표들만의 단체지만 직접 출판종사자인 편집자들의 권익옹호·복리증진과 자질향상 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출판 내적인 문제들과 함께 도서관 확장·국민의 독서생활화·정부의 출판정책 등 출판 외적인 여건의 개선도 같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출협이 「세계도서의 해」를 맞은 올해의 사업으로 내건 국가도서개발위원회의 설립촉진 등은 정부가 국가발전에 미치는 출판문화의 비중을 고려해서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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