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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악수…속 태우는 소련|「반소제휴」를 경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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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화공존을 표방한 미·중공의 공동성명은 소련으로 하여금 새삼 자기네가 미국과 추구해온 평화공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고 있다.
「닉슨」이 북경으로 향하며 『평화에로의 여행』이라고 한 말을 소련은 전혀 반대의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닉슨」.모택동의 대화가 미·중공에 대해서는 평화를 가져올지 몰라도 소련에는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이다. 소련은 북경회담은 소련에 대한 미·중공의 공동전선 형성의 첫 걸음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북경회담의 급진전은 소련으로서도 뜻밖인 듯 표면적으로는 애써 냉담을 가장하고있으나 내심 무척 초조하리라는 것은 능히 헤아릴 수 있다.
소련은 중·소 분쟁이 표면화할 때부터 미·중공 관계의 정상화와 이에 따른 반 소련화의 형성을 두려워해 왔다.
평화공존이란 사실자체는 이미 소련이 여러 차례 천명해온 것이므로 미·중공의 평화공존에 대해 소련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소련이 의미하는 평화공존이란 미·소의 양 대국을 주축으로 한 것이었으며 이에 따른 핵무기·우주개발 등 양국의 독점체제를 뜻하는 것이었다.
미·중공의 평화공존은 이러한 소련의 세계 구상에 대해 통격을 가해 소련의 세계전략에 커다란 제약을 주게됐다.
소련은 이번 북경회담의 결과가 나타나기 전부터 이미 미·중공양국이 이러한 회담을 갖는 것 자체에 심리·정치적으로 불쾌한 반응을 보여왔다.
미·중공의 접근은 필연적으로 소련과 대립관계에 있는 중공의 영향력을 증대시켜준다. 중공의 영향력 증대는 상대적으로 소련입장의 약화와 직결된다.
정권수립 후 줄곧 미국에 의해 국제무대진출을 봉쇄 당해온 중공이 이제 미국에 의해 국제무대에 등장하게 됨에 따라 소련의 외교전략은 중공봉쇄의 정책으로 기울고있다.
이 외교전략의 구현으로 「유럽」에선 「베를린」문제에서 양보하여 「유럽」이 안보회의개최의 길을 트는 한편 극동에서는 미·중공관계에서 『주춤』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평화조약체결의 추파를 던지고 있으며 인도아대륙을 발판으로 인도양에 진출, 소련 독자의 중공 봉쇄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에서의 소련의 대 중공 봉쇄망이란 간접적인 뜻을 지닌다. 소련으로서는 「유럽」에서의 긴장상태를 계속하며 극동에서 중공과 대결한다는 것은 동서양면에서 가상적과 대결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벅찬 일이다. 따라서 우선 「유럽」에서의 긴장을 완화한 다음 중공과의 대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 소련의 기본 전략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소련이 주창하고 있는 구주병력감축 및 NATO·「바르샤바」동맹의 해체를 목표로 한「유럽」안보회의소집이다.
중공 측도 「유럽」이 안보회의에 따른 긴장완화가 진행되면 중·소 관계에서 소련이 유리하게되므로 소련이 달갑지 않게 여기고있는 EC(구주공동체) 확대에 의한 구주통합움직임을 적극 찬성하는 등 소련견제에 나서고있다.
극동에서는 미·중공 접근에 소외감을 갖고있는 일본을 중공팽창의 방파제로서 끌어들이기 위해 소련은 적극적인 접근공세를 벌이고있다.
이 때문에 소련은 여태껏 소극적이던 일본과의 평화조약체결문제 및 「사할린」등 2차대전후 소련이 점령한 일본의 소위 북방영토문제토의에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소 경제협력이라는 형태의 일본자본 「시베리아」개발유치계획은 긍정적으로 「시베리아」에 일본자본을 끌어들여 중공을 배후에서 견제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우기 「사또」일본수상은 1일 소련의 아주 집단 안보조약 체결안이 아주 지역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에 기여한다면『적극자세』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소련의 집단 안보안이 표면화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소련은 중·소 사이에서 미묘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북괴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제·군사원조를 강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동남아 및 인도양에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소련의 움직임은 현실주의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소련외교의 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월맹에 대해서는 지난해 추가 군사원조협정을 조인, 미·중공에 의한 인지 전 해결에 경계심을 품고있는 월맹의 소련에의 경사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종래 『신식민지주의의 앞잡이』로서 비난해 오던 「말레이지아」「싱가포르」「타이」「필리핀」등 대미의존이 강한 반공국가에 대해서도 맹렬한 외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국부와도 비공식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과 「라오스」「캄보디아」와도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소련의 중공봉쇄외교가 어느 정도 가열한지 능히 짐작케 해준다.
소련이 중공봉쇄정책에서 두드러지게 올린 성과로선 인도·「파키스탄」전쟁을 통한 인도아 대륙의 발판확보를 들 수 있다. <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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