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개헌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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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일본의 동태는 새삼 주목하게 된다. 「닉슨」이 북경을 방문하고 있는 동안에 일어난 일들이다. 우선 일본은 「하노이」와 「방글라데시」에 사절단을 보내고 있다. 이것은 이율배반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하노이」는 중공의 입김이 서리는 정치권속에 포함된다. 그러나 「방글라데시」는 지난번 인도·「파키스탄」전쟁의 분위기로 보아 소련의 영향 속에 들어 있다.
최근 미·중공의 밀월외교는「방글라데시」를 두둔해온 소련의 심중을 건드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바로 「닉슨」이 북경에 머무르는 동안에 그런 이율배반을 범하고 있다. 더구나 이것은 미국과의「빅·브라더」(대형)체제를 지켜온 일본으로는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은 그것에 그치지 않았다. 23일 동경 발 한 외신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설을 세계에 타전하고 있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평화헌법을「무장헌법」으로 바꾸는 문제이다.
이 외신은 촌 각을 다투어 북경으로 전달될 것이다. 이른바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구두선 처 럼 외어온 주은래가「쇼크」를 받지 않을 리 없다. 물론 이것은 예상 밖의 일은 결코 아니다.
이미 일본은 은밀하게 근래에 그 문제를 조심조심 다루어오고 있었다. 하지만「닉슨」대통령과 주은래가 대좌하고 있는 그 시기를 선택해서 이런 발설을 한 것은 무슨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들의 「라운드·테이블」에 일본의 무장헌법 이야기가 일본자신의 목소리로 쟁쟁히 울려 퍼질 때의 상황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군사적 존재 양태는 그 주변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군사적인 국면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미국은 극동전략의 일환으로 일본을 정치적·군사적 후방보루기지로 삼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대일 중심주의」의 정책이 그것이다. 바로 그 주인공인 일본의 무장은 새로운 상황의 조건을 부여하는 사태이기도하다.
일본은 이른바 제4차 방위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올해부터 76년 사이가 계획기간이다. 이 동안 일본은 독자적 군사재정을 유지하며 한정적인 무력분쟁까지도 계산하고 있다. 군사비의 평균증가율은 세계 제1위이며, 4차 방위의 규모는 1백44억 달러나 된다.
문제는 왜 이런 이율배반적인 「제스처」가 바로 미-중공「허니문」의 극치에서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일본은 그들의 두 명이 자신의 조건 밖에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것에 스스로 반기를 든 것 같다. 「포츠담」선언의 종언과 함께, 일본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독자노선」의 선언을 그처럼 완곡하게 한 것이나 아닐까? 이는 분명 「아시아」정세의 새로운 사태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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