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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연중무휴」"직장만 있고 가정은 없었다"|어느 백악관 엘리트 부부의 참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워싱턴24일=김영희 특파원】남편이 1주일 내내 근무에만 열중하고 부부생활에 등한한 것을 비관한 백악관 「엘리트」관리의 아내가 남편을 권총으로 사살하고 자신도 함께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 「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 못지 않은 커다란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17일 밤「메릴랜드」주「실버스프링」에 있는 자택에서 백악관관리「얼·로드」씨 (28)의 처「돌로리스·로드」여인(28)이 그날 저녁 9시 반에 귀가한 남편을 권총으로 사살, 자신도 자살한 뒤 시체로 발견되었다. 경찰조사에 의하면 「돌로리스」여인은 남편이 1주일 내내 저녁 6시 반까지 직장에서 근무하고 귀가해서도 산더미 같은 서류뭉치 속에만 파묻혀 일하는 데에 항상 불만을 품어왔었다고 하는데, 이 사건으로「닉슨」대통령과 「코널리」재무장관 등이 『미국 민은 보다 많이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요즘의 미국직장풍토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 주었다.
죽은「얼·로드」씨는 연방정부의 공무원으로 근무한지 6년만에 「코널리」재무가 위원장으로 있는「생계비위원회」사무국의 제3석으로 발탁될 만큼「스피디」한 출세가도를 달려「닉슨」신 경제정책의 입안에도 직접 참여한「엘리트」급 관리로 촉망받아왔다.
「로드」씨의 죽음이 말해주 듯, 오늘날 미국사회에는 직장인들의 과잉근무 태고가 일종의 중독성질환으로 고질화돼 또 하나의 사회 병으로 지적된 바 있으며 알콜릭(알 콜 중독)과 워크(노동)란 말을 연결한 신조어가 나돌기도 했다.
「워싱턴」의 석간지들은 이 사건을『연방살인, 남편의 7일 노동에 불만한 아내가 사살』이란 제목으로「닉슨」중공방문을 압도한「톱」기사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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