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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종합제철」구상의 안팎|추진의 주역 서정귀 호유 사장에 들어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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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즈음 재계의 일부 관심 있는 인사들간에는 호남정유의 서정귀 사장이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진 연산 5백만t 규모의 대단위 제2종합제철 건설구상이 퍽 흥미 있는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인 서 사장이 직접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 사업은 지금부터 3년 전에 착안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간여하고 있은 사업이나 기업집단과는 전혀 관계없이 한 실업인의 자격으로 이 원대한 사업을 추진키로 결심, 재계의 몇몇 중진급 실업 인들과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정부 고위층의 의견을 타진해왔다. 대외적으로는 차관자금확보와 판로문제도 협의했다.
결국 사업의 전모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틀이 잡혀졌다.
소요자금은 외자 7억불과 내자 30억 원. 외자는 영·불·이·서독·스페인·스위스 등 유럽6개국 은행으로 된「컨소시엄」(차관 단)에서 장기 저리로 조달하되 4억5천만 불은「플랜트」로, 2억5천만 불은 현금차관으로 도입키로 했으며 30억 원의 내자는 부지매입 등에 사용된다.
규모는 5백만t. 1천2백만t 짜 리를 4개나 갖고 있은 일본에 비하면 작은 것이지만 국제경쟁력을 갖춘 최소한의 규모라는 얘기.
이 가운데 2백50만t은 차관 단 측이 장기계약에 의해 구입케 하며 여기에 50만t 정도를 추가, 총 3백만t을 수출하면 차관원리금상환은 문제없다는 계산이다.
입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포항을 최적지로 생각하고 있으며 최소한 1백만 평 이상의 부지와 10만t급 이상의 화물선이 드나들 수 있은 항만이 필요한데 현재로는 포항 만한 곳이 없다고 믿고 있다. 특히 이 공장에는 막대한 공업용수와 전력 등의 각종 지원시설이 요구되는데 현재 건설중인 포항종합제철의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원료는 자주와 인도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일본도 이 지역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두 나라의 철광석 매장량은 풍부하다.
이제 남은 문제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허가다. 지금까지의 접촉결과로는 차관규모가 엄청나고 특히 1천억 원의 현금차관은 「인플레」를 유발할 위험이 있으며 기존 포항종합제철과의 경합관계 등을 이유로 정부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 사장은 이러한 정부의 우려는 대단한 것이 못된다고 말한다. 이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를 다른 여러 개발사업과 비교해 본다면 소요자금이 결코 큰 것이 아니며 현금차관은 비「인플레」적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기존 공장과의 경합문제는 우리 나라 철강재 수요가 연 18%씩 증가하고 있는 데다 중공업화의 진전에 따라 그 「템포」는 더욱 빨라질 것이므로 수출 분 3백만t을 제외한 나머지 2백만t의 소화는 전혀 걱정할 바가 못된다.
설령 다소의 무리와 난관이 따르더라도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이 사업은 꼭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서사장의 주장이다.
경공업중심의 수출산업구조는 머지않아 질·양 양면에서 한계에 부닥칠 것이며 이를 극복하는 길은 제철과 조선의 2대중공업을 개발, 육성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종합제철은 그 자체외화가득률이 40%이상이며 타 산업에 대한 연관 효과가 크기로 이에 비할 것이 없다.
일단 정부방침이 결정되면 그는 국내의 거물급실업인 2, 3명과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할 구상이다. 착수 후 빠르면 3년, 늦어도 4년 안에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 단위규모가 가장 큰 제철공장은 역시 미국의「유에스·스틸」로 연산 4천만t. 이웃 일본의 신 일본제철이 같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여러 공장을 합친 결과이며 단위공장으로는 1천2백만t이 최대다.
제철공장의 국제경쟁단위는 전문가들의 관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고 유동적이지만 대체로 5백만t 수준이다.
세계의 철강공업은 10년 전 오스트리아에서 LD 전 노가 개발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재래식의 전 노와 평 노가 지녔던 결함이 이 LD 전 노에 의해 제거됨을 계기로 용광로의 대형화가 추진됐으며 이에 따라 제철소의 국제단위도 1백만t에서 3백만t, 그리고 5백만t 등으로 계속 확대추세에 있다.
미국의 철강공업발전은 부존자원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일본과 영국 등의 그것은 첫째 규모의 대형화, 둘째 LD 전 노를 포함한 새 기술의 과감·신속한 도입의 소산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건설중인 포항종합제철은 국제경쟁단위에 훨씬 미달되며 그 확장계획도 너무 소극적이고 완만한 편이라는 것이다.
5백만t 규모정도면 최소한의 경쟁단위는 될 뿐 아니라 일본 등의 선진철강공업이 공해와 노임압력 등 여러 면으로 곤경에 빠져들고 있은 사실과 관련하여 수출산업 내지 수출 연관 산업으로서의 국제경쟁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변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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