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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 "이석기 내란음모 제보자가 먼저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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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4일 이석기 의원 공판이 열린 수원지법의 재판정과 방청석 사이엔 가림막이 설치됐다. 증인인 국정원 직원의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서였다. 국정원 직원은 검은색 우산을 쓰고 입장했다. [김회룡 화백]

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제보자인 이모(46)씨는 국가정보원이 포섭한 게 아니라 이씨 스스로 국정원에 접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4일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 심리로 열린 이 의원 등에 대한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국정원 경기지부 문모 수사관이 이같이 밝혔다. 제보자 이씨는 지난 5월 12일 서울 합정동 마리스타수사회에서 열린 지하혁명조직(RO·Revolution Organization) 회합의 녹음 파일 등을 국정원에 건넨 인물이다.

 문 수사관은 이씨를 어떻게 처음 만났느냐는 이 의원 변호인단 질문에 “제보자가 2010년 5월 20일께 (국정원 신고센터인) 111콜센터로 전화를 걸어왔다”고 답했다. 문 수사관에 따르면 이씨는 일주일 뒤 111콜센터 홈페이지에 “운동권으로 20여 년을 살아왔다. 새 삶을 살고 싶다”는 글과 연락처를 남겼다. 문 수사관은 “여러 차례 통화를 한 뒤 그해 7월 20일 수원의 호텔에서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녹음 제안 또한 이씨가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녹음기를 줬고 첫 녹음은 2011년 1월 홍순석(49)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이씨를 상대로 사상학습을 할 때 이뤄졌다. 문 수사관은 “이씨가 이 녹음 파일을 자발적으로 국정원에 제출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2012년 5월 18일까지 10차례 더 녹음을 했다. 12번째부터는 국정원이 법원으로부터 감청 영장(통신제한조치허가서)을 발부받아 이뤄졌다. 문 수사관은 “처음엔 큰 사건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나 차츰 심각성을 느껴 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영장에 따라 이뤄진 녹음은 모두 33차례였다. 문 수사관은 “국정원이 제보자에게 녹취 대가로 간단한 식비와 차비 등만 지급했을 뿐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재판에서 47개 녹음 파일 중 9개는 원본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영장을 받기 전에 녹음한 것들이다. 문 수사관은 “디지털 녹음기 용량이 차 복사본을 외장 하드디스크와 수사기록 보관용 PC에 옮기고 원본을 지웠다”고 했다. 5·12 회합에 대해서는 녹음 원본이 든 메모리 카드는 갖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반대신문에서 일부 녹음 파일 원본이 없는 점 등을 들어 녹음 내용이 왜곡됐을 가능성을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문 수사관은 “편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날 법정에는 문 수사관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재판정과 방청석 사이에 가림막이 설치됐다.

문 수사관은 입장할 때도 우산으로 얼굴을 가렸다. 15일 3차 재판에는 국정원 직원 3명 등 총 6명에 대한 심문이 잡혀 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이 의원 홍보대행사인 CNC와 길벗투어·나눔환경 등 통진당과 관련 있는 업체 사무실 6곳과 직원 22명, 그리고 직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이었다.

수원=윤호진 기자
사진=김회룡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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