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 금값 폭등과 그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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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월말부터 구주의 금 투기가 재연하고 「달러」화 시세가 사상 최저로 폭락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12월18일에 다 국간 통화 조정을 단행한 후 처음 나타난 통화 불안이라는 점에서 관계국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파동이 지난날과 같은 격심한 국제 통화 불안을 예고하는 것이냐, 아니면 가벼운 진동으로 끝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있으나 크게 우려할 사태까지 발전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 것 같다.
구주에서 금 투기가 일어난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미국의 금 가격 인상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미국 정부는 1월중에 금가 인상안을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2월 중순께로 늦추어지고 있다. EC (구주 공동체)와의 무역 확대가 난항하고 있어 지연된 것이지만 내년부터 무역을 확대키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으므로 일단 장애물은 제거된 셈이다.
둘째는 금년부터 「달러」가 미국에 대량 환류 되리라는 전망이 빗나간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은 통화 조정 합의 이후 국내 경기를 자극하기 위해 잇달아 단기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이것이 「달러」 환류를 막는 요인이 됐다. 아직 미국의 국제수 지가 발표되지 않아 정확한 숫자를 알 수는 없으나 해외 유출「달러」가 환류됐다는 징후가 전혀 없다.
외국 정부·중앙 은행이 미국 주요 은행에 예금하고 있는 「달러」 잔고의 추세를 보면 통화 조정 직후 작년 12월22일 3백39억5천9백만「달러」였던 예금이 1월5일 3백39억9천5백만 「달러」로 감소하다 26일에는 3백42억2천2백만「달러」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통화 불안으로 구주 은행들이 「달러」를 많이 매입한데 기인한다.
미국은 작년 말부터 물가 상승 「템포」가 둔화하고 월남전 종결 전망으로 「인플레」가 수습 될 단계에 있다고 하나 한편으로는 72년도에 4백억「달러」에 달하는 재정 적자 요인 등이 있어 낙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미국의 국제 수지가 가까운 시일 안에 호전되리라고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과거와 같은 통화 불안이 또 다시 폭발한다는 긴박감이 절실하지 않은 것은 미국 정부가 이달 안에 금 가격 인상 을 의회에 내놓을 것이며 저금리 정책도 이제는 한계점에 왔다는 관측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결국 통화 폭동의 폭은 통화 조정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와 「인플레」앙진 속도와의 차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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