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서무역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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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서 무역 방식은 일본이 국교가 성립되지 않은 국가와 교역을 할 때 민간 대표끼리 장기무역 발전을 위한 각서를 교환하는 형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나온 이름이다.
따라서 각서 무역 협정은사실상 하나의 준 정부간 협정으로 다루어졌으며 그 밑바닥에는 이른바 정경 분리 원칙이 깔려있는 것이다.
각서무역은 62년 11월일 중공간에서 처음 비롯됐다.
당시에 일본 자민당의 고기달지조는 북경을 방문, ①대종 물자를 장기 계획에 따라 종합적 연관성 밑에 상호 교역하며「바터」거래 및 연불 방식도 활용하며 ②구체적 교섭을 담당할 일원화된 창구 기관을 설치한다는 내용의 무역 거래 방식에 합의, 중공의 대표 요승지와 각서를 교환했다. 이 협정은 5년간 유효한 교역 대강을 결정한 것이며 이에 따라 해마다 일·중공 대표가 모여 연차 계획의 구체적 내용과 거래 조건 등을 교섭, 조정해 왔으며 65년 2월에는 양국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이 협정의 시한이 67년에 만료되자 68년부터는 매년 연간 무역 계획을 작성, 서로 각서를 주고 받는 방법에 의해 지금까지 이를 지속시키고 있다.
그런데 각서무역은 비단 일·중공간의 교역 관계만을 다룰 뿐 아니라 그 배경에 무역을 통한 정치적 접근 의도가 숨어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한다. 민간 대표끼리의 각서 교환이라고 하지만 양국의 유력한 지도자들이 조인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 정부는 이를 상호간의 준 정부간 협정으로서 묵시적으로 양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서무역 연락 사무소를 통해 심지어는 기자와 기술자 교류 문제까지도 다루어져 사실상 보이지 않는 외교 창구역할까지 맡아하고 있다.
전후의 일본과 중공간 교역은 이 각서무역과 이른바 우호무역이라는 것이 근간을 이루었다. 우호무역은 중공이 친 중공상사, 즉 우호상사를 지정, 이들 상사들과 개별적으로 접촉, 교역을 하는 정치적 태도가 다분히 숨겨진 변칙적 방식이다.
한편 일본의 대 북괴교역은 입초 상태이며 연간 무역 규모는 1억불도 안 되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일본이 북괴에서 주로 수입한 상품은 아연광·선철·식료품 등의 1차 상품이며 수출 상품은 중화학공업 제품과 기계 기기 등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러한 대 북괴교역이 친공계 상사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각서무역 움직임은 일·북괴 교역이 일본·중공간의 전례를 따르면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들이 중공 진출「붐」에 편승, 대 북괴 교역에도 점차 관심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각서무역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현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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