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단계의 「월남 진출」(3)|제3국 진출에의 포석|사이공=신상갑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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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월남 특수 경기에 재미를 본 한국 상사들은 외국 용역 불에 대한 미련을 쉬 버릴 수 없어 제3국에의 탈출구를 애써 찾는 예가 많다.
제3국 진출에 안간힘을 쓰는 상사들은 적지 않지만 몇몇 굵직한 회사들은 그런 대로 주월 경 「주월 경력」을 바탕 삼아 발판을 굳혀 가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
전쟁 경기로 보면 캄보디아나 라오스가 좋은 후보지 일 듯하나 이곳에는 미 지상군이 없고 미국 원조 규모도 크지 못해 실속이 없다는 평이다.
그래서 미군 기지가 있는 「괌」도를 비롯, 「브루네이」·태국 등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건설업자들은 「괌」 도에서 불 뿜는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미군을 상대한 용역 분야는 이미 포화 상태라는 얘기다.
한국 업자들의 제3국 진출 계획과 그 현황을 보면
▲월·한 양행=월남에서 미군 상대로 시계·카메라 수리를 하고 있는 이 공사는 이미 「괌」도의 미군 기지에서 같은 업종의 시장을 착실하게 닦았다.
▲동신 기업=「괌」도에서 미군 상대로 세탁업을 경영하고 있다.
▲동진 기업=역시 「괌」도에서 미군 상대로 양복점을 차렸다. 용역 분야의 「괌」도 진출은 이미 포화 상태라는 것.
▲현대 건설=「괌」도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건축업에 손대고 있다.
▲삼화 기업=「자카르타」의 외국인 학교 공사(6백50만불 규모)를 맡았으며 유전 지대인 「바리크파탄」 지역의 「유니언·오일」육상 시설에 손대고 있다.
▲대림·화일=「스마트라」 고속도로 공사(3천만불) 입찰에 응찰하라는 요청을 받고 준비중. 삼환기업도 응찰 준비를 하고 있다. 대림은 태국 건설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쇼」 단체=태국이나 미주로 진출할 길을 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공영 건업=월남에서 미군 상대로 대규모 세탁업을 경영해온 경험을 살려 미군이 많이 가 있는 서독에 가서 현대적 세탁 시설로 사업을 벌일 계획을 검토중이다.
▲전 새한 상사 「다낭」지사=독자적으로 남미 「아르헨티나」의 사진 업계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에서 시장성을 검토중이라고.
그러나 이렇듯 귀국을 하든 제3국으로 진출을 하든 정리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이월」의 뒤처리를 깨끗이 해야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와 기술자들은 월남인과 또는 노사 관계에 얽힌 대차 관계를 청산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못한 예도 있다.
「다낭」의 모 업체에는 공장 주변의 월남인들이 빚진 기술자가 귀국한 후에 회사 책임자를 찾아와 빚을 대신 갚아줄 것을 요청한 일이 있었다.
액수가 대수롭지도 않아 회사가 대신 판제를 해주면서 월남인 상인들에게 앞으로는 다른 기술자에게 외상을 주지 말도록 당부했다. 그러나 월남인 상인들은 『의상은 바로 재산의 일부』가 된다는 그들의 상술에 따라 주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일부 군소 업자들은 사업에 실패하거나 또는 돈벌 마지막 기회라는 조바심 때문에 악의로 노임을 체불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본국에 본사도 없고 재산 담보도 없는 이런 회사에서 체불 소동이 가끔 빚어지는 것이다.
이역만리에서 노임을 받지 못해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관계 당사자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한국계 2세 자녀의 보호 문제일 것 같다. 파월이 7년째 접어드니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다해도 월남 여인과 한국 남자 사이에 난 혼혈 2세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 그들의 후생과 장래를 위해 한국 정부는 고아원 같은 것이라도 하나쯤 마련해 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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