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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밀어닥친 중공 물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3월28일부터 4월7일까지 일본「나고야」에서 열린 제31회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중공「팀」이 남자 단체 우승배를 받고 있다. 중공은 이 대회 후 미국 선수단을 초청, 이른바 「핑퐁 외교」로 금년도에 거센 중공 바람을 일으켰다.
『핑퐁 외교」라는 용어가 생긴 71년도는 국제 스포츠 사회에 중공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 해였다.
1958년 IOC (국제 올림픽 위원회)를 탈퇴한 후 국제 「스포츠」 사회에서 침묵을 지켜오던 중공이 금년 들어 국제스포츠 사회에 돌풍을 몰고 올 줄은 예기치 못한 경악스런 사태였다.
항상 폐쇄적이고 「베일」속에 숨겨졌던 중공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중공 바람을 노리고 출전한 것이 지난 3월28일부터 4월7일까지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31회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
IOC 탈퇴 후 공식 대회에 첫선을 보인 중공은 여자 개인·남녀 복식·남자 단체·혼합 복식·남자 복식 등 6개 종목을 석권, 중공선풍을 일으키고 여기에 약삭빠른 일본의 편파적인 추파에다 급기야 미국 선수단 중공 초청이라는 이른바 『핑퐁 외교』를 낳고 말았다.
중공의 이와 같은 돌풍적인 바람은 사실상 국제 스포츠 조류를 중공으로 이끌려는 치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진 포석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실현이 금년에 나타났다는 점에서 중공 바람은 71년도에 큰 「이슈」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중공 바람은 국제 스포츠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가져왔다. 항상 기회주의적인 일본이 선두에 나서 「고또」 일본 탁구 협회 회장은 아주 탁구 연맹을 정식 탈퇴, 중공을 포함한 북괴·월맹 등과 새로운 「아시아」 연합 기구 창설까지 번졌고 그 전초전으로 지난 11월 북경에서 AA (「아시아」「아프리카」) 연합 탁구 대회를 치르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F1NA (국제 수영 연맹)에 중공 복귀를 주창하는 추파를 던지기까지 하고 있으며 배구를 비롯한 각 종목에서 중공과의 교류를 희망하는 약삭 빠른 행위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이란」도 74년 제7회 「에이시언·게임」에 중공을 초청하겠다고 나서 AGF (아시아 경기 연맹) 회원국들을 아연케 하고 있으며 축구에서 「탠자니아」가 중공과의 교류를 원하다가 FIFA (국제 축구 연맹)로부터 자격 박탈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IOC를 제국주의 잔재라고 탈퇴한 중공은 「수카르노」를 앞세워 이른바 「가네포」 (신생국 경기) 대회를 창설, 새로운 스포츠 세력권을 형성하여 국제 스포츠 사회에서 이단아로 낙인찍힌 일이 얼마전인데 이제는 일본 등으로부터 간사스런 추파를 받기까지 됐다는 것은 자못 예측치 못한 돌풍이라 하겠다.
이런 중공 돌풍은 중공이 지난 10월 유엔 총회에서 자유중국이 축출되고 유엔 회원국이 됐다는 정치적 비중이 더한층 부채질을 한 것도 사실이다.
중공 「유엔」가입을 위해 AGF 가맹국 20개국 중 「버마」·「실론」·인도·「이란」·「아프가니스탄」·「이스라엘」·「말레이지아」·「네팔」·「파키스탄」·「싱가포르」·라오스 등 11개국이 중공 쪽에 기울었다는 것은 자못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으며 「유엔」 비 회원국인 한국·월남·「홍콩」등만의 분발로 「아시아」안에서의 중공의 입김 봉쇄는 심각한 현실 문제로 「클로스업」되고 있다. 그러나 중공이 유엔에 가입하듯이 쉽게 국제 스포츠 사회에 융화된다고는 볼 수 없다.
그것은 중공이 IOC 가맹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IOC에서의 자유중국 축출이 지역 단위 기구를 인정하고 있는 국제 스포츠 기구 성격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
「브런디지」 IOC 위원장도 『자유중국의 축출은 있을 수 없으며 중공은 자유중국 축출 문제를 벗어난 무조건 희망이 있을 때만 IOC 가입이 가능하다』고 언명, 중공의 IOC 가입은 그들이 상투적 수단을 벗어 던진 순수한 입장이기 전에는 불가능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렇지만 IOC와 AGF 등 국제 스포츠 기구가 성격상 중공의 복귀나 가입을 막아낼 요인은 전혀 갖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있어 결국 중공 자신이 어떠한 참여 태도를 솔직이 표명할 것인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근년에 이와 같이 거센 돌풍을 일으킨 중공 바람을 타고 북괴가 국제 스포츠 사회에서 발돋움하려는 움직임에 우리의 심각성은 있다.
남북 대결은 72년 「삽보로」 동계 올림픽과 「뮌헨·올림픽」을 앞두고 현실로 부딪쳤으며 배구의 IOC 가입은 각 종목에 걸쳐 남북 대결의 실현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국제 스포츠에서 중공 그늘에 묻혀 고립됐던 북괴가 발돋움하려는 움직임을 우리는 경계해야하며 피부로 느끼는 남북 대결을 결코 홀시 하지 않는 국민적 총화를 이룩해야할 것이다.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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