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생기는 3대 실명질환, 조기발견하면 걱정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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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저하가 실명으로 이어지는 안과질환일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 김수정 기자

나이 들어 관리해야 하는 건 눈가 주름만이 아니다. 또렷한 시력·시야를 좌우하는 눈을 관리해야 건강한 여생을 영위할 수 있다. 눈은 복잡한 신경조직과 혈관이 밀집해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퇴행성 질환으로 실명까지 일으키는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녹내장·백내장 환자가 142만 명에 달하는 배경이다. 대한안과학회 이성진 기획이사(순천향서울병원 안과)는 “한번 망가진 눈은 되돌리기 어렵다”며 “정기적인 눈 건강검진이 최선의 답”이라고 말했다. 11일, 대한안과학회가 지정한 ‘눈의 날’을 맞아 눈질환 예방·관리법을 짚어본다.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시력장애는 삶의 질을 낮추는 질환 2위로 뇌졸중의 뒤를 이었다. 대한안과학회 이상열 이사장(세브란스 안과)은 “시력장애가 있는 노인은 낙상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위험이 7배 이상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회적 관계가 악화되고, 우울감이 높아지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나이 들어 생기는 안과질환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실명을 불러일으켜서다.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녹내장은 한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3대 실명질환이다. 황반변성은 안구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신경조직인 망막이 망가지면서 생긴다. 나이가 들면서 시(視)세포가 밀집된 망막 중심부에 노폐물이 쌓인다. 망막은 눈 기능의 90%를 담당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이 일으키는 합병증으로 국내 성인의 실명 원인 1위다. 당뇨병 때문에 말초순환장애가 일어나면서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된다.

망막에 혈액공급량이 줄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는데 이 혈관이 출혈을 일으켜 망막을 손상시킨다. 이성진 교수는 “당뇨병을 5년 이상 앓고 있는 환자 대다수가 갖는 질병”이라고 말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다. 안압이 상승해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공급에 장애가 생기면서 시신경이 망가진다.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시야가 좁아지는 말기에 이르러 답답하다고 느낀다.

빛을 통과시키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도 악화하면 실명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법이 발달하면서 치료만 받으면 정상 시력으로 되돌릴 수 있다. 국내에서는 주요 실명질환에서 백내장은 제외되는 추세다.

 3대 실명질환이지만 조기 발견하면 80% 이상은 병의 진행을 늦춰 실명을 막을 수 있다. 이성진 교수는 “40대부터 1~2년에 한 번씩 시력·안압·망막 검사를 받으면 된다”며 “3가지 간단한 검사만으로 실명질환을 미리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으면 정기검진은 필수다. 당뇨병이 있는 환자라면 즉시 안과에서 망막 검사를 받는다.

시력저하, 실명질환 위험신호

3대 실명질환은 늦게 발견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다양하다. 이성진 교수는 “중증으로 진행하기 전까지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며 “있더라도 시력 저하 정도인데 실명질환이 원인인 줄 모르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말했다.

 갑자기 눈이 나빠지거나 쓰고 있던 안경이 맞지 않는다면 즉시 안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이상열 교수는 “단순히 안경을 바꾸어 쓰는 것만으로 보는 것이 편안해져 더 이상 안과진료를 받지 않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시력저하가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실명질환이 원인인데도 알지 못하고 상태가 악화하고 나서야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는다.

 한쪽 눈에 질환이 발생해 시력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쪽 눈이 건강하면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안과검진을 받으면서 한쪽 눈을 가리기 전에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한다. 시력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본인의 시력에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고, 그대로 지내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들면서 주기적으로 눈 건강검진을 해야하는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이성진 교수는 “지금 당장 눈이 잘 보인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게 안과 질환”이라며 “시력 저하 없이 실명질환이 진행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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