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탄트 후임 인선 난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금년 말로 임기가 끝나는 「우·탄트」유엔사무총장의 후임인선을 두고 유엔의 뒷 무대는 또다시 부산해지고 있다. 유엔 운영의 열쇠를 쥐고있는 사무총장의 「성분」은 강대국, 특히 미·중·소의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선뜻 골라내기가 어렵다.
6천6백명에 이르는 유엔의 사무직원을 통괄하는 1차적인 직무이외에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경제사회이사회·신탁통치이사회 등의 회의에 출석, 여기서 결의된 사항을 집행한다.
또 국제적인 분쟁이 있을 경우 안보리에 대해 필요한 조처를 권고하기도 한다.
따라서 국제세력판도에 「안달」하는 강대국들이 사무총장의 향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무총장은 안보리의 추천에 따라 총회에서 선출하게 돼있으므로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의 입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국제관계에서 이해를 달리하는 미·중·소 3개국은 될 수 있으면 자국에 유리한 인물을 사무총장자리에 앉히고 싶으나 각기 상대방의 반대가 있으므로 중립적인 인물을 택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현 「우·탄트」사무총장이 67년 5년의 임기를 마치고서도 각국의 비위에 맞는 마땅한 인물이 없어 연임했었다.
당시만 해도 「유엔」은 미·소의 밀월시대였으므로 양국의 「구미」에만 맞으면 됐으나 이번에는 중공이 끼여들어 3국의 구미에 맞는 인물을 고르기는 한결 어렵게 됐다.
최근 5개 상임이사국대표가 후임총장인선을 위해 협의했었으나 신통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듯하다. 위궤양으로 석달 동안이나 입원했다가 며칠 전 퇴원한 「우·탄트」사무총장이 후임결정이 늦어지면 3개월 더 자리를 지켜주겠다고 선심을 쓴 것은 이러한 인선난항사실을 뒷받침해 주고있다.
중공은 유달리 사무총장 선출에 신경을 쓰는 듯, 교관화 수석대표는 군 소국 대표를 만날 때마다 어느 인물이 좋으냐고 비공식적으로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공이 바라는 사무총장은 활동적이고도 실천력 있는 제3지역의 중 소국 출신일 것이라는 것이 관측자들의 견해이지만 소련이 될 수 있으면 사무총장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유엔을 안보리의 강대국 중심으로 운영하기를 바라고 있어 중공의 의사관철은 어려울 듯하다.
현재 10여명의 인물이 사무총장의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으나 이중「막스·야콥슨」(「핀란드」대표), 「쿠르트·발트하임」(「오스트리아」대표), 「군나르·야링」(「스웨덴」대표), 「함브로」(「노르웨이」·전 총회의장), 「마네스쿠」(「루마니아」외상) 등이 유력시돼왔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가 제3지역의 출신이 아니고 「유럽」인이라는 점에서 중공이 달가와 하지 않을뿐더러 이중 「야콥슨」에 대해 중공이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하나 그의 모친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소련이 꺼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공은 그 나름대로 수적으로 우세한 중 소국을 업고 계속 버틸 것이므로 미·소로서도 조만간 직접이든 제3자를 통해서든 중공과의 협상에 나서야 될 것이다. <김동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