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후순위채 손해 물어줘라" 첫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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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부실 저축은행 후순위채를 산 투자자들에게 은행과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이 손해를 물어 주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2011년 2월 이후 영업 정지된 21개 저축은행의 후순위채를 산 피해자는 모두 2만2100여 명, 피해액은 7366억원으로 집계돼 앞으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 이인규)는 8일 삼화저축은행 투자자 24명이 은행과 대주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은행은 피해액 19억원 가운데 70%, 대주회계법인은 20%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삼화저축은행이 파산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을 낸 투자자들은 법원에서 13억원의 파산채권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파산 배당률이 높지 않아 전액을 받아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대주회계법인으로부터는 1억20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법원은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책임을 물었다. 증권신고서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증권이나 채권을 공모할 때 제출하는 것으로 재무제표와 회사 현황이 담긴다. 삼화저축은행은 2007년과 2008년 분식회계를 통해 부실 채권비율 8% 이하, BIS 비율 8% 이상이 되도록 재무제표를 만들었고, 2009년 두 차례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증권신고서에 이를 그대로 실었다. 재판부는 “후순위채 투자 시 이 부분이 중요한 고려사항이고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에 중요 사항을 거짓 기재하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헌욱 변호사는 “퇴출 저축은행 대부분이 BIS 비율과 부실대출 비율을 속인 만큼 같은 법리가 적용될 것으로 본다” 고 설명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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