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형 연출 『알라망』 『베스트』로 선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제삼세계 연극제 및 국제회의가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 한국대표로 다녀온 김의경씨(극단 「실험극장」 대표)는 이번 연극제의 성과는 한국인 연출가 유덕형씨가 연출한 『알라망』공연의 성공이라고 꼽는다. 유덕형 씨가 연출한 『알라망』은 「필리핀」 교육극협회(PETA)의 「칼리낭간·앙상블」의 출연으로 지난 27일 「필리핀」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했는데 이번 연극제 동안 발표된 40여편의 작품 중 「베스트·프로덕션」에 뽑혔다는 것이다.
이 연극제에 참가했던 세계적 극작가·연출가·비평가들은 모두 유덕형씨의 연출을 절찬했고, 특히 미 ITI위원장 「로저먼드·길더」여사는 『현대 실험극의 기수「피터·브루크」도 질투할 만하다』고 격찬했다는 것이다.
김의경씨는 『이번 연극제를 통해 유덕형씨는 국제적 연출가가 됐으며 또 한국은 처음으로 세계적 연극인을 갖게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알라망」이란 「마닐라」 토어인 「타갈로그」어로 작은 새우라는 뜻이다. 유씨가 국내「라디오·드라머」를 영역, 다시 「타갈로그」어로 각색한 것으로 죽음과의 대화를 주제로 다루고있다.
이 연극에서는 어린이 놀이터의 것과 비슷한 철근 구조물 하나뿐. 이 움직이는 「세트」에 무대전면으로부터 불을 비춰「호리전트」에 생기는 그림자로 연극의 효과를 얻고있다.
등장인물은 주인공과 가면을 쓴 죽음의 사자 3명 그리고 그 사자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무대 밖의 「보이스」① ② ③, 또 「세트」를 움직이는 두 사람뿐.
언어보다 「사운드」효과를 더 중시한 이 연극에는 목탁·북·중국 금·풍경소리 등이 혼합되어 등장하고 무대동작도 중국의 당수, 또 우리의 탈춤 등의 몸짓이 가미된 독특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1시간 남짓한 공연에서 관객들은 끝까지 숨을 죽이고 연극에 압도됐다는 것인데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세트」가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위의 주인공은 비명을 지르고 「호리전트」에 비친 그림자가 확대되는 「신」은 박진감에 넘쳤었다고 김의경씨는 말한다.
「필리핀」의 극작가이며 비평가인 「셀소· 카루눈간」씨는 11월 30일자 「마닐라·타임스」에서 유덕형 씨가 연출한 『알라망』을『최근 몇 햇 동안 전 세계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가장 인상적인 작품중의 하나』라고 말하고『극 예술에 있어서 하나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유덕형 씨는 이번 연극제에서의 명성과 함께 내년에는 「이스라엘」과 미 「라·마마·그룹」의 초청으로 연출을 맡게됐다는 것이다.
또 세계 각 국의 80여 대표가 모인 국제회의에서는 극작가 개발, 연극과 교육, 사회발전과 연극, 연극과 「매스·미디어」, 정부의 예술지원 등이 논의됐다.
이번 연극제와 국제회의의 결론은 제삼세계의 예술적 전통은 서구적 기술로 처리되어서는 안되며 서방의 연극형태에 눈을 돌리지 말고 자기의 연극을 개발해야한다는 것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