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수의 지위를 정립하자-전국 대학교육회 세미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학의 의미와 대학교수의 위치가 새삼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연구와 교육, 사회봉사를 본질적 기능으로 하는 대학의 이념이, 그리고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사회공인의 성격을 띠고 국가발전의 정신적 지주라는 역할기대 속에 존경의 대상이 되어온 대학교수의 지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의 지위」를 재정립하기 위해 전국대학교육회가 4일「그린 파크·호텔」에서 마련한 「세미나」는 전국29개 대학에서 36명의 대학교수가 모여, 스스로의 위치와 자세를 다짐했다.
10·15사태이후 최초의 전국적 모임이 된 이 교수문제 「세미나」에서 교수들은 대학사회의 의미와 자신의 위치에 대해 심각한 문제들을 지적했다.
주제논문을 통해 홍웅선 박사(연세대)는 한국적 상황에서의 대학의 기능을 ①학생들을 학문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지도하는 교육적 기능 ②고도의 지적탐구를 위한 학문연구 ③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한 적극적 자세 ④전통적 가치의 새로운 해석 등으로 요약했다.
이러한 고유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 한국의 대학사회는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고있느냐에 참석자들은 회의적이었다. 경제적·사회적 여건은 개선의 여지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수-학생의 인간적 접촉이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은 1인당 학생 비율이 많고, 시간부담이 무거워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실토했다.
이러한데서 오늘날 한국사회의 교수부재론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한 신동욱 교수(성균관대)는 자유로운 학문활동과 교육자로서의 사명감을 다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보장이 시급한 한국사회의 문제라고 말했다. 대학의 기능을 담당하는 위치에서 교수는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처지가 우선 보장되어야 한다. 학문적으로, 교수로서의 사회활동에, 그리고 경제적으로 그들은 자율성을 전제한다. 지금과 같이 사회참여에서 소외되고 권익보장을 위한 노력이 이단시 당하며, 생활의 영위가 어려울 때 교수의 위치는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교수가 자유로이 소신에 따라 교육할 수 있는 교권의 확립이 되지 않고, 대학사회 안에 여러 가지 간섭이 작용하여 평온한 학문의 광장으로서의 분위기가 보장되지 않을 때 대학의 문제는 국가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악화된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의견이었다.
이 점에 대해 신동욱 교수는 학문의 최고 전위성을 지향하는 교수가 소신대로 교육과 학문활동을 한다는 것은 교육자의 자율적 윤리관에서 본다면, 권리일수 없는 의무라고 단정하고, 이를 권리의 측면에서 생각하거나 이의 실현을 위한 장해 요인이 대학사회에 작용한다면 이는 근본적 사고체제의 전도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사회의 주인공인 대학생이 거리로 뒤쳐 나오기 전에 대학교수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문제를 놓고 참석자들은 심각한 반성을 했다. 양종의 교수(전북대)는 교수가 학생들과 얼마만큼 공동체의식을 가졌느냐에 의문을 나타내고 최근의 사태로 빚어진 교수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도 학생의사의 이해와 그 대변에 교수는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수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교육자로서의 교수는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님을 스스로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주체성을 내팽개치고 선도적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리와 의무의 포기는 대학의 제1기능인 교육기능자체를 포기한 것이며, 교수의 확고한 신분보장의 결여에서 이 같은 결과가 왔다면 이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오늘날 교수사회가 당면한 문제일 것이라는데 참석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교수의 권익옹호를 위한 자치조직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신기석 총장(부산대)은 각 대학의 교수협의회의 연합적 활동가능성을 제기했고, 최태호 학장(춘천교대)은 대한교련의 교수권익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촉구했다. 효율적 활동을 위해서는 조직적 의사집약의 기구가 절실히 필요하고 또 그 이전에 대학교수의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학문의 권위성과 교육적 주체성, 사회적 선도성을 새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전체적인 의견이었다. <권순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