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극의 빈발과 인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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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일 경기도 파주군관 하에서 식당종업원을 인질로 하여 7시간이나 군·경과 대치한 탈영병 김1병이 사살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총기인질사건은 지난 70년8월부터 시작하여 그해 말까지만 해도 8월18일의 진주사건, 9월2일의 양구 소라다방사건, 9월30일의 파주예비군사건, 9윌10일의 목포모의수류탄인질사건, 9월12일의 청주사건, 9월17일의 서울낙수동 장난감권총사건, 10월5일의 경산사건,11월28일의 인제군 서화면 지서사건 등이 잇따라 일어났었다.
그러나 71년 들어서 한때 잠잠한 것으로 보이던 이 풍조가 다시 8월17일의 영등포 다방인질사건, 3월22일 영월에서 발생한 청원경찰관의 노름빚 가불 인질소동을 위시로 재현하기시작, 8월17일 서울영등포 다방인질사건, 9월4일 대전에서의 애인 찾아내라는 인질사건 등이 잇따라 일어났다. 총기에 의한 인질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총기관리의 소홀과 함께 도도한 인명경시의 풍조가 그 저변에 흐르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총기인질극이라고 하면 외국에서는 「갱」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군인이나 경찰·예비군동이 주동이 되고 있다는 것이 특색이다. 그 이유는 외국에서는 누구나 총기를 쉽게 소지할 수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총기를 일반인들이 가질 수 없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군인·경찰·예비군 등이 총기관리를 소홀히 하여 인질극소동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총기를 관리하고 있는 당국은 그 관리에 보다 신중을 기함으로써 다시는 총기에 의한 인질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할 것이다.
총기인질사건의 경우, 범인들은 대개가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자폭을 각오하고 범행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그 예방은 매우 힘든다고 하겠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물질일변도의 배금주의적 풍조를 씻고, 국민생활의 기조에 인간존중, 정서 바르고 윤리적 기풍이 확립되도록 청소년과 전국민에게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성실한 교육을 실시하는 일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특히 감수성이 강한 청소년·학생들에게 인권존중의 사상이 결핍되어 있기에, 그들이 지나친 경쟁을 벌이고 조금만 불만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폭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어 이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부여하는 교육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 이들 총기 난동 범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이들에게 제재로만 다스릴 것이 아니라 사랑과 인내로 임해야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총기난동사건의 경우, 경산뒷산에서 일어났던 김 1병 사건 때에는 86시간만에 체포하였고, 진주사건과 양구 사건의 경우에는 각각 35∼37시간만에 체포하여 인내의 미덕을 보여준바 있다. 그러나 이번 포천 사건의 경우에는 대치7시간만에 설득을 포기하고 1시간동안만 생각할 여유를 달라고 원하던 범인을 사살해 버린 것은 지나치게 조급한 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범인이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청했었는데도 설득을 포기한 것은 그 상황을 잘 모르는 우리로서 왈가왈부하기는 어려우나, 같은 상황의 양구 소라다방사건에 군대가 36시간동안이나 대치한 끝에 끝내 생포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할 때, 좀더 시간을 끌어 설득을 했으면 자수시킬 수도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는 총기인질사건과 같은 것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군·경·일반인 모두가 조심하기를 바라며 인권존중의 교육을 밑바닥부터 다시 실천해야할 필요를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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