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후세인에 최후통첩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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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최후 통첩을 보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CNN방송이 5일 보도했다.

방송은 "미국은 조만간 시작될 공격에 앞서 이라크 내 유엔 관계자와 외국인들에게 떠날 시간을 주는 의미에서 최후 통첩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통첩에는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후세인 대통령에게 망명을 촉구하는 내용을 포함시킬지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걸프지역 미군 배치 현황 >

◆ 미국, 개전 준비 착착 진행=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유엔의 승인이 있든 없든 이라크를 무장해제시키기 위해 반드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4일 천명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날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스라엘의 샤울 모파즈 국방장관은 "이라크전이 이달 중순께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고, 러시아의 게오르기 마메도프 외무차관도 5일 "미.영 주도의 대 이라크 군사공격이 당장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메도프 차관은 이날 알렉산더 버시보 주러 미국 대사와 회담한 뒤 "불행히도 최근의 징후들은 군사작전이 예상보다 임박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미 본토와 독일에 주둔한 6만명의 병력을 추가로 이라크 접경에 파견했다. 이라크전을 지휘할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사령관은 이날 걸프지역 사령부를 떠나 급거 귀국했다. 외신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개전 상황에 대한 최종 보고를 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했다.

한편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는 미국을 반드시 격퇴시킬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천명했다. 미 ABC방송은 전쟁이 이르면 다음 주말인 14, 15일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4일 보도했다.

◆ 두 가지 암초=그러나 미국이 다음 주말 개전하려면 ▶유엔 안보리의 반대▶터키의 발진기지 미확보 등 두 가지 큰 암초를 무릅써야 하는 부담이 있다. 미국은 지난주 초 영국.스페인과 함께 군사행동을 승인하는 새 결의안을 안보리에 상정했다.

그러나 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에 강력히 반대해 왔다. 프랑스와 러시아.독일 3개국 외무장관들은 5일 파리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대 이라크전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라크를 무력 침공하는 결의안이 안보리에서 통과되도록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중국의 기권을 유도한 뒤 프랑스를 압박해 결의안을 통과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던 미국은 아예 결의안 표결을 포기하고 영국과 함께 단독으로 공격을 개시하는 방안을 수립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그러나 7일 안보리에 제출될 유엔 무기사찰단의 보고서가 미사일 폐기 등 이라크가 최근 보여준 협조적 태도를 반영, 이라크에 긍정적인 쪽으로 결론이 날 경우 미국은 "유엔을 무시하고 명분없는 전쟁을 강행한다"는 비난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다.

미군의 이라크 북부지역 침공을 위한 발진기지로 필수적인 터키가 미군 주둔을 거부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조기 개전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은 터키에 약속했던 60억달러의 원조를 취소하겠다며 터키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정치 사정 때문에 터키 의회가 미군 주둔 승인안을 다시 의결하는 데는 최소한 2~3주가 걸리는 데다 승인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미지수다. 따라서 미국이 터키의 협조를 포기하고 조기 개전 쪽으로 결론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강찬호 기자,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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