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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지는 임표의 실각설|미국의 유력 신문 잡지가 분석한 북경의 미스터리|타임 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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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9월 중순에 시작되었던 북경의 미스터리는 이제 거의 그 윤곽을 드러내었다. 자세한 인과 관계는 알 수 없지만 이 기간 중 ⓛ임표가 죽었거나 아니면 실각했고 ②21명의 정치 국원 가운데 임표 파의 대규모 숙청으로 현재 활동하는 사람은 9명뿐이며 ③중국 제l의 실력자는 (모택동을 빼면) 주은래 라는 세 가지 사실이 명백해진 것이다.
문혁기간 중 거의 전권을 행사했던 임표는 69년4월 9전 대회 때 신당규약에서 자신을 『모택동의 친밀한 전우이며 계승자』라고 못박았었다. 그리고 중앙위·중앙위 정치국·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회 등 권력의 핵심부분에서 모두 부주석자리를 차지, 후계자로서의 정치작업에 전력을 다했으며 사실상 모의 대리인 구실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중공 안에서 진행된 일련의 사태는 임표의 실각을 너무나 강력히 반증한다.
첫째 지난주일 북경에서 열린 알바니아 공산당창당 30주년기념식에 나타난 중공지도자들의 서열변화이다. 이 자리에는 모택동에 이어 주은래와 모의 부인인 강청이 서 있었고, 임과 그의 심복인 진백달·강생 등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은 것이다. 9전 대회와 69년 10·1절에서 발표된 서열대로 하면 이때의 배석 순서는 모·임·주·진·강·강으로 되어야 한다.
따라서 만약 임표가 중병 때문에 이 자리에 못 나왔다 하더라도 진백달과 강생만은 참가했어야했다.
임표 실각의 두번째 증거는 당 이론지 홍기에서 발견된다. 즉 최근 발간된 홍기 12월 호에는 요령 성당위 모택동 철학저작 활학활용학습회의 공동논문이 실렸는데 이 논문은 임표가 제창했던 몇개의 슬로건을 『자본주의 부활을 위한 정치사기사의 음모라고 공격한 것이다. 이것은 66년6월 유소기를 축출할때 동지가 실었던 프로레타리아 문화대혁명만세와 비슷한 현상이며, 임의 실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논조였다.
일부에서는 지난9월 중순 외몽고 상공에서 격추된 비행기 속에 바로 임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임은 진백달과 공군사령관 오법헌, 그리고 임의 부인이며 현 중앙위원인 섭군 등과 함께 소련탈출을 기도했으나 임의 딸이 밀고하는 바람에 격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임이 실사 모의 미움을 샀다해도 ①두 사람은 정강산 시절 이래의 40년 전우이며 ②모는 정적을 숙청하더라도 목숨까지 뺏은 적이 없고 ③소·중공관계를 전쟁일보직전까지 몰고 갔던 장본인이 바로 임이므로 어느모로 보더라도 소련탈출의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임이 실각했다는 세 번째 증거는 홍콩의 친중공계 서점 가에서도 나타났다. 9전 대회에서의 그의 정치보고, 그가 서문을 쓴 모어록, 그의 사진이 든 모든 책자와 팜플렛 이 하루아침에 없어진 것이다. 이것은 문혁이 시작된 직후 유소기가 당했던 것과 똑같은 현상이다.
임이 자취를 감춘 뒤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주은래의 클로즈업이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현재의 중공지도자 서열은 모택동·주은래·이선념·섭검영으로 확정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섭검영은 유소기의 축출 후 공석으로된 국가주석자리를 메우고 있으나 실질적인 권한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섭은 항일전 시절의 팔로군지도자로서 건국후 원수로 추대된 10명의 명장 가운데 한명이지만 행정이나 정치적 능력은 형편없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따라서 모택동을 제외하면 주은래·이선념 만이 남는데 이는 주의 그늘에서 자란 골수심복인 것이다. 한편 당 이론가로서 문혁을 주도해왔던 진백달·강생의 자리는 요문원과 장춘교가 이어받았다고 한다. 요문원은 65년11월 해서파관을 평함이란 논문을 발표, 문혁의 첫 불길을 지른 사람이며 일개 문학평론가에서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높이뛰기를 했었다.
그는 구전 대회에서 선출된 1백76명의 주석단 중 장춘교에 이어 8번째의 서열을 차지했으므로 이번 출세도 별로 놀랄만한 일은 못된다. 장은 요의 논문이 실렸던 문애보의 편집장으로 문혁기간 중 상해직할시당위 제1서기를 거쳐 현재의 지위에 이르렀다.
이렇게 보면 주은래의 지위에 대해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모택동과 요·장 두 사람 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제 30대인 요나 당내기반이 전혀 없는 장이 주에 대해 조반을 한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라는 평이다. 어쨌든 북경의 장기 미스터리는 임과 주의 극적인 자리바꿈으로 안개가 풀렸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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