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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을 좌우하는 요인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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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행동과학 연구소가 70년7월∼71년9월에 실시했던 「한국에 있어서 근대화와 출산의 상관 관계」에 관한 연구는 기혼부인의 가치관과 태도 그리고 환경이 주는 심리적인 압력이 출산율에 의미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76년도까지 연평균 인구 성장율을 1.5도 감소 시켜보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종래와는 다른 방안을 찾지 않는 한 성공을 거들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행동과학연구소 사회개발부가 USAID의 지원으로 전국을 5개 지역(서울·대도시·중소도시·읍·면)으로 나눠 가임부(44세 이하)1천8백83명을 대상으로 질문지와 「인터뷰」를 통해 조사했던 이 연구는 사회학·인구학·의학적으로만 다뤄지던 가족계획 문제에서 심리적인 힘이 출산행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 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
소장 정범모 박사는 『한국에서 가족계획이 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하지만 최근에 와서 피임제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희망자녀수도 65년∼67년에 3.9명인데 비해 이번 조사에서 3.6명으로 나타났고 전부터 피임법을 써오고 있으면서 장래에도 계속하겠다는 사람은 불과 22.5%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특히 서울외곽 지대주민과 가족계획을 실시하다 중단한 부인, 그리고 부인에게 심리적 압력을 주는 남편과 집안 어른 및 각 집단의 지도자급에 대한 깊이 있고 집중적인 계몽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정 박사는 또 희망 남아 수와 여아의 비율은 평균2대1인데 아들을 낳을 때까지 무한정 낳겠다는 수가 평균 53%(시골73%, 서울29%)나 되며 더욱 놀라운 것은 아들을 낳지 못할 경우 양자를 들이는 것보다는 남편이 첩을 얻도록 허락하겠다는 부인이 50%(시골68%, 서울25%) 나 된다는 사실이라고 말하고 우리 나라 가족계획 운동이 이러한 가치관의 장벽을 풀지 않으면 안 될 한계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출산경향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가정한 가치관은 주체성·개인주의·미래 지향성, 그리고 성취 지향성의 네 가지 발전적 가치관이었다.
전국적으로 볼 때 우리 나라 여자들의 평균 임신회수는 4.3(서울3.8, 그 밖의 지역 4.54) 이며 출산 수는 평균 3.57(서울2.71, 시골은 4.05) 로 밝혀졌다.
이를 앞에 지적한 발전적 가치관을 가진 부인의 출산율과 비교하면 가장 높은 가치관을 가진 부인이 3, 높은 편인 부인이 3.5명이며 가장 낮은 발전적 가치관을 가진 부인이 4였다.
출산율의 차이는 물론 2번째 아이를 낳은 뒤 피임을 실시한 비율도 높은 가치관을 가진 부인(18%)과 낮은 가치관의 부인(7%)의 차이가 있었고 인공 유산경험도 27% 대 18%의 비율이다. 인공유산의 경우 1회 이상 실시한 사람이 22%, 11%가 1의, 2회 경험자가 5%, 3회가 3%, 4회∼11의까지가 3%로 밝혀진 것으로 보아 부인의 신체적 심리적 부담이 무척 큰 것을 알 수 있다.
가치관과 더불어 출산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제 한 또 하나의 가설인 근대적인 태도도 출산 경향과 같은 관계가 잇는 것이 밝혀졌다.
「근대적인 대도」에는 가극, 사회, 정치, 경제전반에 걸친 태도를 집약한 것으로 근대적인 태도를 가진 부인의 21%가 3번째 아이를 갖기 전에 피임을 한데 비해 근대적 태도가 낮은 부인은 5%에 불과했다. 인공유산 경험도 27%대 21%였다.
이 조사의 3번째 가설인 가족계획에 대한 태도와 출산율울 보면 역시 가족계획에 높은 관심이 있는 부인일수록 피임과 유산 경험이 높고 피임법도 많이 알고 있다.
가족계획에 대한 태도에는 희망자녀수, 남아선호, 피임과 인공유산에 대한 태도가 포함된 것으로 남아선호가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았다.
4번째로 조사한 「가족계획에 대한 지식의 결과를 보면 아직도 15%가 피임법의 이름을 모르고 있고 49%가 사용법을 모르고 있었다.
「가치관」「근대적 태도」「가족계획」에 대한 태도와 더불어 출산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 선택된 환경과 출산의 관계에서도 가족계획에 협조적인 환경에 놓인 부인일수록 피임과 인공유산경험이 높고 가족계획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다.
정 박사는 모든 문제를 도시 대 농촌으로만 구분할 수 있었던 때와는 달리 급격히 늘어나는 시울 변두리 주민이 하나의 특수한 계층으로 등장했다는 점과 소도시에서 보다 오히려 「음」에서 가족계획 참여도가 높고 출산율도 낮으며 남아선호도 낮고 가치관·태도·주변의 협력도 높은 특이한 결과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는 가족계획을 중단한 부인. 서울외곽 지대 주민, 연령별로는 젊은 부인, 그리고 부인에게 심리적 환경을 제공한 남편과 어른, 부인회 등 여러 집단에 가족계획 「성취동기」를 환기시킨 철저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음」과 같은 특수지역이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영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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