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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 원조' 영국에서 … 한류, 2막 준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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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5일 런던에서 개막한 ‘2013 코리아 브랜드 & 한류상품박람회’에 온 유럽 한류팬들이 YG 엔터테인먼트 부스를 찾아 지드래곤의 사진을 들고 웃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50여 곳과 유럽 내 260여 회사가 참석했다. [사진 코트라]

5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 전시장. 옛 어시장을 개조해 만든 이 곳 앞에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150m 가량 긴 줄이 섰다. ‘2013 코리아 브랜드 & 한류상품박람회’를 보러 온 유럽의 한류 팬들이다. 영국인 조쉬 노튼(16)은 “3년 전부터 2NE1 팬인데 박람회 개막 공연 소식을 듣고 왔다.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문화 관련 정부기관이 총출동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컨텐츠진흥원과 코트라가 주관했다. K팝 드라마 등에 집중했던 한류를 게임·애니메이션·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진짜 싸이가 나타났다?= 1·2층 규모 전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컸던 건 ‘K팝 라이브 홀’이었다. 20여분 공연 동안 검은 커튼이 내려진 홀 안에선 “꺄악-”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싸이와 한무리의 무용수들이 ‘강남스타일’에 맞춰 말타기 춤을 추고 있다. 진짜 같은 홀로그램이다.

 공연장 옆 사진부스에서 사진을 찍으면 홀로그램 무대에서 자신이 직접 무용수가 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4D 콘텐트 제작사 디스트릭트의 작품이다. 국내에선 이미 용인 에버랜드에 설치된 ‘K팝 홀로그램 YG’ 전용관에서 공연되고 있다. 디스트릭은 박람회에 참석한 네덜란드 그로닝겐 포럼과 함께 그로닝게시의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로닝겐 포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파괴됐던 시의 광장을 새롭게 꾸미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기관 디렉터인 나이담 드릭은 “온라인에서 아이디어 찾다가 디스트릭의 영상을 보고 홀로그램 기술을 알게 됐다. 광장 내에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가로 4.8m, 세로 2.2m의 홀로그램 스크린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트라이브(E·TRIBE)가 국내 처음 개발한 것이다. 지금껏 이 기술은 영국 뮤전사가 독점하고 있었다. 이트라이브 이주민 대표는 “홀로그램 스크린은 투명도가 가장 중요한데 우리가 개발한 ‘메시 스크린’의 경우 투과율이 89%다. 95% 제품도 개발하고 있고, 더 진짜 같은 홀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 코리아 브랜드 & 한류상품박람회’를 보기 위해 유럽 한류 팬들이 긴 줄을 섰다. 문화 관련 정부 각 부처가 총출동한 이번 박람회는 한국 문화와 첨단기술의 축제였다. [사진 코트라]

 ◆문화콘텐트 산업의 원조 영국=이번 행사에는 영국 국영방송사 ‘채널5’, 대형유통업체 ‘테스코’ 등 유럽 내 260개사가 참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홍상표 원장은 “영국은 게임·애니메이션·영화 등 각종 문화 관련 창조산업 분야에서 선두국가다. 이번 박람회를 통해 양국 간 교류의 물꼬를 트면 국내 기업의 유럽 진출이 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영국은 1997년부터 ‘창조적 영국’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문화산업을 키우고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의 경우 완결 9년 동안 각종 문화 콘텐트 수익으로 308조원의 수익을 거뒀다.

 사실 영국에서는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 한류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영국 음악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면서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내에서 100만장 싱글앨범 판매 기록까지 세웠다.

 여러 영상물을 통해 흘러나오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류 박람회를 찾은 유럽인에게 친근한 첫인사가 됐다. 국내기업과 유럽 바이어 간의 계약체결도 활발했다. 이날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는 핀란드 공중파 방송사 ‘MTV3’와 3만5000달러 상당의 콘텐트 계약을 했다. 스페인의 엔터테이먼트 회사 ‘이미라’의 세르기 레이츠 대표는 “기술과 디자인이 결합된 콘텐트가 많아 유럽시장에서도 충분히 승부를 걸어 볼만하다”고 말했다.

런던=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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