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P 우대금리' 에 뭉칫돈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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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0.1%포인트 우대금리를 잡아라’.

 우대금리를 주는 은행 특별판매 저축상품에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기 위한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몰려서다. 동양 사태로 기업어음(CP)·회사채와 같은 위험상품보다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자산인 은행상품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진 영향도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국민·신한·하나·씨티·외환은행이 내놓은 특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표 참조> 이들 상품은 은퇴 뒤 여유자금을 굴리려는 노년층과 부모의 학자금 마련 수요가 많은 어린이·청소년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농협은행이 9월 11일 출시한 ‘내 생애 아름다운 정기 예·적금’에는 두 달간 총 1조2912억원(계좌 수 10만2659개)이 들어왔다. 이 상품은 가입자가 만 45세 이상이면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조부모와 손자가 동시에 가입하면 각각 0.2%포인트의 금리를 더 얹어준다. 1인당 평균 예금액이 1600만원으로 이 은행의 다른 예금상품 평균 예금액(1인당 약 1000만원)을 웃돌고 있다. 농협은행 상품개발단의 최승현 차장은 “할아버지가 예금을 가입하면서 손자의 적금을 함께 들어주는 경우가 꽤 있다”며 “우대금리를 내건 것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의 날 50주년인 지난달 29일부터 은행들이 한시적으로 우대금리를 주는 특판 상품도 선전하고 있다. 일주일간 은행별로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8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달 말까지 판매하는 국민은행·신한은행의 적금 상품은 아예 가입자격을 고교생까지로 제한했다. 어릴 때부터 적금에 가입하면 성인이 돼서도 같은 은행을 이용하는 장기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은행의 ‘주니어Star적금’은 만 17세 이하의 가입자에게 연 최고 3.3%의 이자를 준다. 1년 단위로 자동 연장된다. 저축의 날 기념으로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고, 가족 3명 이상이 국민은행 고객이거나 자동이체 신청을 할 경우에도 0.2%포인트씩의 금리를 더 준다.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48억원(계좌 수 4941개)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 은행 관계자는 “특판 이후 가입자가 전주 대비 22% 늘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장학적금’은 만 6~18세의 가입자가 3년간 적금을 부으면 최고 3.9%의 금리를 준다. 자동이체와 체크카드·청약저축 가입, 학교단체가입과 같은 조건을 합치면 우대금리가 0.6%포인트다. 이 은행 관계자는 “가입자를 어린이·청소년으로 한정했는데도 실적이 좋다”며 “자녀 명의로 미래에 목돈을 마련해주려는 부모가 많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행복건강 S라인 적금’에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간 2857개의 계좌에 86억원이 들어왔다. 이 적금은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춘 덕분에 직장인 가입이 많다.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약속하거나 마라톤·걷기대회 참가증을 제시하면 우대금리를 준다. 헌혈·봉사활동·기부를 증명해도 금리를 얹어준다. 다만 저축의 날 기념 우대금리 0.1%포인트는 이달 15일 가입자까지만 적용한다. 8일까지 판매하는 외환은행의 ‘행복한 가족 적금’은 가족이 동시 가입할 때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줘 인기를 모았다.

 수시입출금 통장도 금리를 더 주는 상품에는 꾸준히 돈이 들어오고 있다. 씨티은행의 ‘쑥쑥 자라는 콩나물통장’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3개월간 자금을 넣어두면 연 3.4%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주차장에 주차하듯이 목돈을 높은 금리로 잠시 맡겨놓는 ‘파킹 통장’”이라는 마케팅이 성공을 거뒀다. 지난 5월 출시된 이래 4만4000개의 계좌에 1조4000억원이 모였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우대금리를 주는 은행 상품에 대한 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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