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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 울리는 네 남자 목소리, 연말 무대 녹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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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감미롭고 정열적이다. 조금씩 애를 태우며 무대를 압도하는 모습에 객석은 옴짝달싹 못한다. 그리고 결정적 순간, 노래 한 소절로 가슴 한복판을 강하게 찌른다. 킬러 본능처럼 말이다. 김준수와 조승우, 류정한과 임태경.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뮤지컬 팬을 갖고 있는 배우 4인방이다.  

최민우 기자

김준수의 12월 … 김광석을 노래하다

역시 김준수였다. 1일 저녁 8시, 뮤지컬 ‘디셈버’ 티켓이 1차 오픈했다. 12만명이 몰리며 서버는 2시간 이상 다운되고 말았다. 그래도 김준수 출연분 15회 4만장 이상이 팔려 나갔다. 일일 판매량 역대 최고 기록이다.

 ‘디셈버’는 고(故) 김광석의 노래로 엮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김준수로선 2011년 ‘천국의 눈물’ 이후 오랜만의 창작 뮤지컬 도전이다. 그때도 흥행은 좋았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는 기대이하였다. 그로서도 고민했을 부분. 김준수는 “‘서른즈음에’ 등 김광석 선배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게 가장 끌렸다. 장진 감독에 대한 존경과 믿음도 컸다”고 전했다. ‘엘리자벳’에서 보여준 마성과는 다른 풋풋함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맨 오브 라만차

조승우의 꿈 … 6년 만에 돈키호테 컴백

2007년 이후 6년 만이다. ‘맨 오브 라만차’는 오늘의 조승우를 만든 작품이다. 어린 시절 그는 무척 내성적이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누나(뮤지컬 배우 조서연)가 나온 뮤지컬 ‘돈키호테’를 보고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막이 내리고도 10분간 나가질 못했다. “그래 이거야, 난 뮤지컬 배우를 해야 해.”

 함께 더블 캐스팅된 배우도 정성화로 2007년과 똑같다. 개그맨 출신의 정성화는 당시 첫 주연이었고, 조승우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였다. 하지만 이후 정성화는 ‘영웅’ ‘레미제라블’ 등에서 주인공을 꿰차며 최고의 가창력을 과시하고 있다. 둘의 리턴매치, 어찌 팬들이 설레지 않겠는가.

류정한의 운명 … 로맨틱 경찰 변신

류정한이 경찰을 연기한다면? 아마 딱딱하기보단, 섬세하고 로맨틱한 경찰이지 않을까.

 뮤지컬 ‘카르멘’에서 류정한이 맡은 배역이다. 작품은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했다. 마술사 이은결이 제작에 참여해 몽환적 무대를 연출한다. 화려한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류정한이다. 도발적 매력의 카르멘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면서도 약혼자 카타리나 사이에서 방황하는 경찰 호세를 연기한다. 부패한 공권력에게서 카르멘을 보호하려다 누명을 쓰고 살인 용의자로도 몰린다. 극적인 스토리에서도 류정한의 안정감있고 고급스런 음색은 빛을 낸다.

임태경의 첫사랑 … 순정남 베르테르 빙의

작품은 2000년 초연했다. 정갈한 실내악 연주 등 품위있는 선율로 관객의 귀를 호강시켰다. 2003년 공연이 무산될 위기를 맞자 ‘베르테르를 사랑한 모임’(베사모)이 모금활동 등으로 재공연을 성사시킨 건 한국 뮤지컬 역사의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이런 ‘베르테르’에 임태경이 가세했다. 특유의 미성과 고음은 작품의 전체적인 톤인 애틋함, 안타까움, 절절함과 잘 맞물린다. ‘불후의 명곡’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지만 임태경은 이미 2000년대 초반 팝페라 가수로 30, 40대 여성의 절대적 지지를 받기 시작했고, 뮤지컬은 2005년 ‘불의 검’이 데뷔작이다. 아이돌 이상의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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