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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집「시리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제까지 우리 나라에서 시집을 낸다는 일이란 시인이 자기만족을 위해 자비출판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말하자면 시 독자의 부재현상인 셈이다. 따라서 시집출간으로 돈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이 들었고 자비출판이라도 할 수 있는 형편을 부러워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한국시인협회(회장 박목월)가 68년8월부터 내놓기 시작한 시인집「시리즈」 는 시단의 획기적인 성사로 주목을 끌어 왔었다. 『어느 고마운 분의 뜻』이란 단서로 빛을 보기 시작한 이 시인집「시리즈」가 10월로써 52권 째 나와 우리 나라 중견시인 대부분이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시집의 자비출판의 경우 제작비는 대체로 15만원 가량 소요되는 것이 통례다.
그러나 가난한 시인들의 호주머니 형편으로 15만원이란 「거금」을 염출해 내는 것은 그만큼 벅찬 일이었고 따라서 한국시인협회의 시집 펴내기 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시집의 출간은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었다.
따라서 한국시인협회가 3년2개월 동안 발행한 52권의 시집은 시 작업의 「리딩·포인트」 로 평가되었던 것이다.
52권 가운데 첫 24권은 「오늘의 한국 시인집」이라는 「서브·타이틀」로 「데뷔」가 일천한 신인시인들과 「데뷔」이후 한번도 자기 시집을 펴내지 못한 시인들의 시집.
그리고 나중 28권은 시단경력 10년 이상의 중견시인들의 시집이다.
최종적으로 출간된 것이 황금찬씨의 『분수와 나비』 김종해씨의 『신의 열쇠』 이성교씨의『겨울바다』 박의상씨의 『성년』 등 4편인데 한국시인협회는 이로써 첫「시리즈」를 마치고 내년 봄부터 두 번째 「시리즈」의 시집간행을 할 계획으로 있다.
이제까지 시집이 일반 독자들에게 「팔리는」경우는 극히 드물었지만 한국시인협회의 사업을 계기로 조금씩 팔리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52권의 시집간행은 시단에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정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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