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봉기 기도 등 '실질·구체적 위협' 입증이 관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회의에서 통과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 대표 왼쪽은 김선동 의원. [오종택 기자]

5일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헌정 사상 첫 정당해산심판 심리가 시작됐다. 그러나 우리 법을 통틀어봐도 명문화된 정당해산 요건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라는 한 줄뿐이다. 이 한 문장을 놓고 정부와 통진당 간의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고된다.

 우선 쟁점은 통진당의 강령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위협’을 가했는지 여부다. 지난 9월 구성돼 통진당의 위헌정당 여부를 검토해 온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대책 TF(태스크포스)팀’은 통진당 핵심 세력인 RO(Revolution Organization)가 무장봉기를 기도했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들고 있다. 또 당의 최고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김일성 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점, 북한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전신(前身)인 민주노동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종북 정당’으로 탈바꿈시키는 등 우리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은 증거가 있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개된 강령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 것처럼 위장해 놓고 실제로는 은밀하게 북한식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한 것인지, RO가 실제로 폭력적으로 민주질서를 전복하려 했는지 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당원과 추종자들의 행위를 정당 전체의 위헌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이석기 의원과 RO 조직원들의 내란음모가 입증된다 하더라도 일부 구성원의 행위를 정당 전체의 위헌적 요소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법무부 TF는 이날 헌재에 낸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서에서 “현재 RO가 주축인 범 경기동부연합이 당권을 장악하고 그들을 비호·묵인하는 NL(민족해방) 계열만 통진당에 잔류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헌법학계에서는 정당 조직의 일부 해산 결정도 가능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분리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일부에 한해 해산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에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진행한 것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하열 교수는 “헌법학계에서는 정당해산심판 청구권자인 ‘정부’를 대통령으로 본다. 외형상 법 위반이라고까진 할 수 없어도 실질적 청구권자가 책임을 다 했느냐는 절차상의 적정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 6명의 운명은=현재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은 모두 지역구 의원 4명(김미희,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의원)과 비례대표 2명(이석기, 김재연 의원) 등 모두 6명이다. 이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 청구를 놓고서도 학계 견해가 갈린다. 의원직 상실에 대한 판단권이 헌재에는 없다. 해산 정당 소속 의원의 신분에 대한 규정도 없다. 정부는 “명문규정은 없지만 위헌정당 소속 의원들의 위헌적 활동 방지 필요성이 있어 헌재가 이 부분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헌재가 정부가 낸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6명의 의정활동은 정지된다.

글=이동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