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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언·르네상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새 문공부는 이른바 문예중흥을 위한 제1차 5개년 계획을 꾸미기에 한창이다.
두 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자신이 붙은 결과인 모양이다.
문예분야라고 해서 5개년 계획을 못 세울 까닭도 없을 것이다. 성공한 예도 있다. 흔히 말하는 「암흑시대」때의 일이다.
「프랑크」왕국에 「카르」대제가 있었다. 그는 정치와 경제의 안정으로 한숨을 돌린 다음 문예의 진흥을 위한 큰 꿈을 품었다.
그는 외국의 저명한 학자·예술가들을 대거 초빙하고 궁정 안에 「아카데미」를 세우기도 했다.
이래서 제법 활발한 문예활동이 일어나고, 「라틴」어도 사뭇 순화되었다.
「카로링·르네상스」라는게 바로 이것이다. 10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실로 놀라울만한 업적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실인즉 양적인 증대에 지나지 않았다. 엄청난 양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긴 했지만, 단 한 개의 명작도 걸작도 내놓지를 못했다.
그 까닭은 무엇보다도 「프랑크」왕국엔 예술과 학문의 전통이 있으려야 있을 수 없었고, 또 문화적인 취미라는 것도 궁정안팎을 통틀어 너무도 천박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르네상스」의 예가 또 있다. 교과서에는 「로렌조·디·메디치」때가 그 황금시대라고 기록하고 있다. 「로렌조」가 『예술의 보호자』로서 예술진흥에 힘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로렌조」때엔 「다빈치」·「베로키오」등 우수한 예술가들은 오히려 「플로렌스」를 떠났던 것이다. 그가 일으킨 유일한 예술사업이던 대성당의 장식계획도 끝맺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이탈리아·르네상스」도 한두 권력자의 계획으로 이뤄진게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이탈리아·르네상스」의 참된 원동력은 그보다도 부유한 시민층의 힘에 있었다는게 더 들어맞는 얘기다. 마치 호화주택과 고급승용차로 위력을 자랑하듯이, 그들은 서로 경쟁하듯 예술품을 사들이고 예술가를 우대했던 것이다. 그것은 또 그들이 그만큼 세련된 예술적 감각과 기호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우리네 문예중흥은 까마득한 얘기인 것만 같다. 어린이 때부터 창의력을 억압하는 주입식 교육, 개성보다도 복종을 미덕으로 아는 사회의 풍조, 시민들의 미감각을 좀먹는 속악한 시가의 풍경들…. 이런 속에서 위대한 예술이 나오기를 바라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문예진흥법은 금년 안에는 국회에서 통과될게 틀림없다. 반대의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연극보다는 축구시합의 「스코어」에 더 신경이 쏠리는 사람들에 의한 것이라면 별로 고마운 일도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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