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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신문·잡지의 가위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3일 국회본회의에서 진행된 대 정부 질의 중 식자도 국민의 특별한 관심을 끈 것은 아마도 신민당의 김한수·김수한 의원 등이 제기한 정부의 외국정기간행물 검열 정책에 관한 질문이 아니었던가 싶다. 이들은 정부당국자가 정상 루트를 통해 수입, 국내 독음에게 배부되고 있는 외국의 신문·잡지들에 대해서 마구 먹칠, 가위질을 하고, 또 어떤 외국 지정 지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그 구독을 금지하고 있는데 대해 그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이날 답변에 나선 어느 관계 책임장관의 입을 통해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우리는 다시 한번 이 문제에 관한 정부당국자의 주의를 환기시킬 필요를 느낀다. 왜냐하면, 외국정기 간행물에 대해 종내 우리정부당국이 취해온 석연치 않은 가위질정책에 대해서는 종전에도 가끔 비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마다 흐지부지 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관련, 특히 몇 달 전에는 국내에 상당한 구독자룰 가지고 있는 모 외국 특수지가 원화 독자들에 대한 배부를 일시 중단하는 등 보복 조치를 취함으로써 새삼스런 물의를 일으킨 일까지 있었던 것인데, 본 난은 그 동안에도 누차 이 문제에 관련된 검열 당국자의 단견을 지적, 그 시정을 촉구한 바 있었음을 상기할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내에서 구독되고 있는 대다수 외국정기 간행물들은 미·영·독·불·일 등 자유우방 제국에서 발간되는 정평 있는 신문·잡지들로서, 당국의 정식수입 허가에 의해 통관되고,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정·부·국회·언론·대학 등 공공기관종사자와 또 일부 한정된 지식층에게 배부되고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그에 게재된 일부 기사내용이 설사 용공적 색채를 띠고 있다거나, 국내정치문제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실은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함부로 먹칠하고 가위질하는 것은 적어도 식자층 국민에 대해서는 일종의 모욕적 처사임을 면치 못한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오늘날 국제정세의 양상은 너무도 변화무쌍하게 변조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의 진상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가장 최신의 정보에 대한 다변적인 접근의 길이 마련돼야 하고, 동시에 거기 대한 여러 이질적 의견을 들을 기회가 주어져, 국민각자가 저마다 객관적 판단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정세 하 우리 공부당국자만이 구태의연하게 거의 말초 신경적인 검열기준 아래, 국내 식자층 국민으로 하여금 적성국가 내의 정보나 국내문제에 관한 비판적 의견에 접할 수 있는 통로를 일방적으로 차단하려 한다면 이는 오늘의 시대를 외면하는 언론정책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을 눈뜬장님, 아니면 우물안 개구리로 만들려는 우민정책이라 비판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겠기 때문이다.
하물며 지금은 우리측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남북한 적십자회담이 열리고 있고, 심지어 공부당국자가 주동이 되어 비 적성 공산국가와의 교역까지도 시도하고있는 처지가 아닌가. 우리측의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격동하는 국제 정세 하, 어쩌면 우리의 국운을 좌우할 이만큼 증대한 의미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바, 그예 대한 세계각국의 반응과 또 특히 북괴를 포함한 공산권 화 국가의 동태를 정확히 분석 평가하여 우리의 국익과 관련된 장내정세에 대하여 정확한 전망을 갖는다는 것은 이 나라 모든 지도층인사들의 공통적 과제요, 당연한 관심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세계 정세 하, 현명한 정부당국자로서는 지금까지처럼 옹졸한 기준 하 외국 정기간행물들에 실린 기사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던 태도를 일척하는 자세전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당국자로서는 가급적이면, 또 특단의 사유가 없는 한, 오히려 외국신문·잡지들에 실린 광범한 정보자료나 의견들을 정리 복사하여 널리 학자·언론인·정책수립자들에게 배부하고, 그들의 의견을 듣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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