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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교육은 부활돼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학술원이 최근 국무총리실에서 자문한 어문교육 시정 안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희답한 것은 학계만이 아니라 일반국민의 주시하는바가 되고있다.
해방 후 30년 가까이 고질화되다시피 논란만 거듭해오는 우리 나라 어문정책에 대하여 행정수반이 관심을 기울여 학술원에 자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요, 또 학술원으로서도 창설이래 처음으로 어문정책의 시시비비를 판가름하여 공식적으로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학술원이 이번 총리실에 회답한 요지는 ⓛ한자교육의 부활②학교문법 통일을 위한 협의체구성③국립국어연구소설치 등 세 가지 시정 안에 찬성한다는 내용이다. 이 회신에는 시정되어야 하는 이유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어 국가정책의 방향을 잡는데 귀중한 증빙자료가 되며, 따라서 어문정책을 바로잡는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번 총리실이 어문교육 시정 안을 학술원에 자문한 것은 우리 나라 아카데미즘의 최고권위요 상징기관에 대하여 모처럼 그 기능을 인정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반면에 학술원 측으로서는 한 나라의 문화정책 가운데 가장 막중한 어문교육문제를 신중하게 토의, 결론을 내려 독자적인 태도를 밝힌 것인 만큼 그 방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아카데미·프랑세스는 17세기에 창립되어 절대적인 권위기관으로서 불어의 정통성 보지, 사전편찬, 국어심의 등을 하고 있다. 또 일본의 국어심의회가 2차대전 후 교육용한자 상용한자의 제정 등을 한바 있고 중공에서도 중국문자개혁위원회가 있어 한자 간화안·한어 평음안 제정 등을 한바 있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의 학술원도 과연 그 같은 일을 해내게 될까.
이병도 학술원회장은 『학술원이 생긴 이래 처음 자문다운 훌륭한 자문을 했다』고 말하면서 이 건의가 실행되기를 적극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이번 결론이 한글 전용론과 한자부활론 양측의 주장한 자료를 근거로 하여 학술원, 상임위원회가 토의하고 또 11개 분과의 의견을 종합한 것이라고 밝히고 『이번 기회에 단연코 실현되어야 하지, 자꾸 지연돼갈수록 후손에게 막대한 죄를 가중하는 짓이 된다』고 강경히 말했다. 학술원이 찬성을 표시한 3개 항목의 시정 안은 지난 7월 관계학술단체가 낸 대정부건의서에 의한 것이다.
한국어문교육연구회(회장 이희승), 국어학회(이사장 이숭령), 국어국문학회(대표이사 남광우), 한국국어교육연구회(대표이사 박노춘) 등 4개 단체가 7월3일 제기한 어문교육 시정 촉구건의서는 국어·국자 문제에 관한 그간의 건의경위를 밝히면서 ①한자교육부활촉구②학교문법 통일안에 따른 세부 체계안 협의기구의 구성③국어교과서의 국정해제 ④국어조사 연구위원회 국어심의 위원회 국어교육과정심의위원회 등 개편강화⑤국어·국자문제의 과학적이고도 일원적인 연구조사를 위해 항구적인 권위 있는 국립국어연구소(가칭)의 설치를 열거하였다.
즉 『여러햇 동안 문교당국에 무수히 건의·진정해왔지만 번번이 청이불문 마이동풍이므로 어문정책에 자신이 없는 문교부에 거듭 얘기하는 것보다는 행정수반으로 하여금 정책적으로 반영시키도록 노력했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리실이 직접 학술원에 자문한 것은 어문정책부재의 문교행정을 지양하여 훨씬 강력하게 새로운 시정 안을 밀고 나갈 전망이 없지 않은 것이다.
4개 단체의 건의서 가운데 학술원이 전적으로 찬성을 표시하고 그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한자, 문법통일, 국어연구소 관계 등 3개 항목. 특히 한자교육의 부활문제에 비중을 두어 장문으로 설명을 붙이고있다.
이병도 박사는 『신문·잡지 등 사회는 한자를 다 쓰고 있는데 유독 학교교육에서만 안 가르쳐 결국 학생들만 병신을 만들고있다』고 지적하면서 『한자는 수천 년간 생활화해 있어서 우리 글이나 마찬가지인데 한글차용으로 자주성을 자만하려는 것은 절대 잘못이다. 일본에서도 명치유신이래 가나(가명)전용, 로마나이즈 운동 등이 많았으나 실현치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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