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 「유엔」 가입론의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브란트」서독 수상과 「브레즈네프」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오레안다」에서 2일간의 회담을 끝낸 뒤 18일 「모스크바」와 「본」에서 공동 「코뮤니케」를 동시 발표했다. 전문 6개항에 달하는 이 공동「코뮤니케」는 ①서독-소련조약의 조기발효 ②4대국 백림협정의 시인 ③서독­소련간의 교류확대 ④동·서독 관계의 정상화 촉구 ⑤「유럽」안보회의 소집준비 ⑥유럽에서의 상호 균형된 감군의 촉구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중 중요한 것은 『서독·소련 양국은 동·서독이 완전한 평등·상호존중·독립의 토대 위에서 양독간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할 필요성에 합의하고, 이와 같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우선 「유엔」과 국제적 전문기관에 동·서 양독이 다 같이 가입하도록 힘쓰기를 다짐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작년에 맺어진 서독­소련 조약, 서독-파란 조약, 그리고 동·서독간의 대화 등은 동·서독의 관계개선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그러므로 이번 「브란트」 「브레즈네프」회담은 이러한 양독 관계 개선기운에 박차를 가해, 양독이 완전한 평등·상호존중·독립의 토대 위에서 관계를 정상화하자는 데까지 합의를 보게된 셈이다. 앞으로 이 합의가 실천에 옮겨지면 양독 관계가 전면적으로 개선되어 양독 간에 대립·긴장이 사라지고 양독이 평화 공존하게 될 전망은 더욱 뚜렷해졌다.
동·서독이 서로들 독립한 국가로서 평등하고 상호 존중하는 관계에 들어서자는 것은, 독일의 분단을 역사적인 현실로 받아들이고 동·서독이 두 개 주권국가로서 평화 공존해 나가자는 뜻이다. 따라서 양독의 통일은 일단 포기된 셈이지만, 그 대신 양독 간에 대립·긴장이 사라지고, 독일의 평화가 밖으로도 안으로도 공고해 질 것이 분명하다. 동·서독이 서로들 『힘에 의한 통일정책 추구』를 포기하고, 분단상태를 동결한 채 평화 공존해 나가겠다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오히려 평화통일을 촉구할 수 있는 방법이 될는지도 모른다. 동·서독 관계개선의 방향은 분단된 국가가 긴장을 풀고 평화롭게 살아 나갈 수 있는 독특한 「타입」을 형성하는 것으로서 국제정치상 주목할 만한 것이다.
주의할 것은 동·서독이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우선 「유엔」과 국제적 전문기관들에 양독이 다같이 가입하도록 힘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동·서독이 서로들 독립을 존중키로 하고, 또 이것을 국제사회가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양독의 동시 「유엔」가입은 변칙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최근 「유엔」회원국 가운데는 분단된 국가의 「유엔」 동시가입을 주장하고 있는 나라들이 많고, 때문에 「유엔」사무총장은 앞으로 1∼2년 안에 모든 분단 국가가 「유엔」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같은 추세는 조만간 우리도 남·북한의 동시 「유엔」 가입문제에 부딪치게 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금년 「유엔」총회에서는 중공의 「유엔」가입 「붐」 조성으로 북괴는 한국문제 토의에 있어서 종전보다 훨씬 더 유리한 지보를 차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남·북한 동시 초청 문제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시끄럽게 다루어질 가능성이 큰데, 동·서독의 「유엔」 동시 가입추진은 남·북한의 동시 초청뿐만 아니라 동시 가입문제마저 제기케 될 가능성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대 「유엔」문제에 있어 동·서독의 관계와 남·북한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그 사정과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까닭으로 「유엔」가입문제에 있어서는 동·서독과 남·북한은 결코 같이 취급해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에 양자의 경우를 같이 취급해 나간다고 하면 「유엔」 감시하의, 선거로 탄생했고, 48년 「유엔」총회로부터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성을 띤 정부로서의 국가승인을 받았고, 또 「유엔」의 각별한 지원아래 독립을 지키면서 국가의 안녕 질서와 번영을 누려온 우리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좌표는 근본적으로 동요할 것이다.
우리는 분단된 국가의 「유엔」 동시가입이 세계적인 경향으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북괴가 ①「유엔」 감시 하 총선을 받아들이고 ②종전의 「유엔」결의를 일절 무효화하라는 주장을 철회하고 ③「유엔」의 권능과 권위를 전면적으로 수락한다는 조건 밑에서만 그들의 「유엔」 가입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지적해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