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시아」 야구정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시아」 야구에서 한국이 우승했다. 기적 같기만 하다. 1차 「리그」에서 타율이 최하위였던 한국 「팀」의 우승을 예상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실력이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야구는 한두 번의 시합으로는 잘 가름되지 않는다. 야구는 무엇보다도 「팀·워크」이고, 또 그때 그때의 심리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 무엇이 이번 「리그」의 승인이었을까? 우선 「홈·그라운드」라는 강점이 있었다.
그처럼 열광적인 관중의 응원이 없이도 이길 수 있었을까? 우리네 심판들도 불공평했다고 특히 일본 「팀」쪽에서 크게 탓하고도 있다.
두 차례 있던 한·일전을 검토해 보자. 1차 시합 때 관중이 그처럼 격분했던 것은 역전패한게 분해서만은 아니었다.
시합운영이 너무나도 무기력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사실 1차 시합의 패인은 어쩌면 감독 이하 온 선수들에게 있던 일본 「팀」에 대한 야릇한 「콤플렉스」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야구에서는 작전이 제일이다. 그러나 무 작전의 시합이었다. 처음부터 지기로 작정했던 것 같기도 하다. 분노한 관중을 피해 밤늦도록 속에 갇혀있던 한국선수단의 한 사람이 『실력이 그 정도인걸 우린들 어떻게 하겠느냐』고 중얼거렸다는 얘기도 있는 것이다.
이런 약체 「팀」이 2차 「리그」에서는 전승하고 일본을 압승했다. 역시 기적 같다고만 여겨야 옳을 것인지?
수비에 「에러」가 하나도 없었다. 하위타자들이 통쾌한 「홈런」 둘을 날렸다. 용하게도 적시타들이 잘도 나왔다. 이런 게 모두 기적이 아니었다면, 더욱 1차 시합이 무기력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해설자는 2차 시합을 보고 기적으로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인 것도 같다.
그러나 참다운 기력이라면 오히려 열세에 몰려 있을 때 나와야 하는 법이다. 승리의 기쁨에 젖기에 앞서 우리 「팀」은 역전승을 거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한번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래도 아무리 「스포츠」라지만 이기는 게 지는 것보다는 몇 곱 좋다. 고대 희랍사람들은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보며 일상생활의 감미로움을 이겨냈다. 우리는 「스포츠」를 보며 잊는다. 특히 대 일전에서는 야릇한 충실감마저 느끼기까지 한다. 스포츠에서 만이라도 이겨야겠다는 심리가 잠재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