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한 남녀평등 미국의 여권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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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날이 갈수록 여성해방운동주의자들의 수법은 거칠어(?) 가지만 「남녀평등」이란 쟁취목표를 향한 그들의 노고는 넓은, 정원에는 꿈틀거리는 벌레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최근 발표된 미국 통계국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통계는 여성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투쟁하기가 얼마나 어려우며 또 비합법적인 방법을 구사할 때 직면하는 어려움이 어떠한가를 밝혀주고 있다.
미국은 전 인구의 51%, 취업인구의 43%가 여자이다. 그중 3분의1이 기혼녀. 그렇지만 여성들은 취업, 급료 면에서 여전히 차별대우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의과·법과대학에 진학할 때는 특히 핸디캡이 많아 명목상의 남녀평등 가는 현저히 벌어진 갭 속에 생활하고 있다.
법조계를 예를 들어보면 전체변호사의 3%, 법과 대학생의 8.5%, 8천7백50명의 연방법원판사중 3백명이 여성이다. 급료면에서 보면 전 미국임금노동자의 남자평균 연봉이 약8천3백「달러」인데 비해 여성은 약5천 달러이다.
이와 같은 차별은 똑 같은 노동량에 대한 임금불평등에만 나타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종 분포에도 나타나 있다.
고임금이란 결국 고능률, 고기술에 따라 책정되는 것이라고 흔히 남성들은 말하고 있지만 고도의 지식을 요하는 학자, 과학자의 세계에도 비록 폭은 좁혀지지만 이와 같은 불평등이 똑같이 적용되고 있어 여성해방주의자들의 분노를 사고있다.
이들은 「닉슨」대통령이 남녀평등권 법안에 지지하고 남녀차별을 금하는 지침서를 발부하는 등 여성해방운동에 동조하는 체하는 것은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공격하고 있다. 대사급에서 여자를 1명 기용했을 뿐 그의 정부 각료 중에 여자가 한 명도 끼여 있지 않는 것을 보면 닉슨도 별 수 없이 엉큼한 사나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힐난하고 있다.
이러한 동기에서 이들 해방론자들은 「불평하지 않는 여자」들을 일깨워 한 명이라도 더 투쟁대열에 이들을 끌고 들어가 「분노의 함성」을 높여 떠드는 여자가 조용한 여자보다 훨씬 많게 하자는 것이다. 이와 병행해서 할 수 있는데까지 법정투쟁을 벌여 여성해방운동의 약점인 조직성의 결여를 메우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작년겨울 대법원은 단지 미취학자녀를 가지고 있는 여자라는 이유로 고용이 거절된 여자의 상소를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하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것은 남녀불평등 문제로 소송해서 대법원에서 여성에게 승소판결을 내린 최초의 판례가 되었다. 이 판결은 하급심에도 영향을 주어 요즈음은 이런 사건의 경우 대개 지방법원에서도 여성이 승소할 수 있게끔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동등한 취업권의 획득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이들 해방론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남자와 또 같은 임금과 승진기회의 확보 등 불평등한 노동조건의 철폐로 발전했다. 부녀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의 노동보호법에는 악법의 요소가 허다하여 결국 이것은 직장에서 남자를 여자보다 우위에 두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다고 이들은 분개하고 있다.
이러한 여성들의 불만에서 나온 제소사건이 이젠 법원 서류철의 상당한 부분을 점하고 있다. 사실 잘 지켜지지가 않아서 그렇지 남녀평등 임금법은 이미 1938년에 제정되었던 것.
최근엔 획기적인 재판이 제3순회 공소심에서 있었다. 여성에 대한 임금불평등에 이의 있다고 간주, 뉴저지 공장의 2천여 여성종업원에게 소급하여 90만 달러의 급료를 더 지불하라고 판시한 것이 바로 그것.
이와 같은 잇따른 소송사태를 보고 미국사회 구석구석에서는 경고, 왜 여성들도 군복무를 시켜달라고 조르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빈정대고 있다. 이런 불리한 분위기에도 아랑곳없이 해방론자들은 거포를 이번엔 의회에 겨누고 있다. 『우리도 좀 많이 끼여들자』는 것이 그들이 노리는 목표지만 어쨌든 현실은 그들에게 상당히 불리한게 사실이다. 【볼티모·선=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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