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적극외교공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소련의 외교가 이상할이 만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평론가들은 이를 가리켜 소련의 『대규모 5정면 외교반격작전』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소련은 지난 8월9일 인도와 평화·우호·협조조약을 조인했으며, 9·3「베를린」협정의 조인에 뒤이어서는 브란트 서독수상의 방소를 초청했다. 그들은 또 9월7일 중공을 비롯해서 남·북한, 동·서독, 월남·월맹문제 등을 포함한 세계군축회의개최문제를 이번 유엔 총회에서 의제로 다룰 것을 우·탄트 사무총장에게 정식으로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약3개월에 걸쳐서는 소련지도층 인사의 외국방문이 다채롭게 계획되고 있다. 10월18일로 예정된 코시긴 소련수상의 캐나다 방문계획 다음에는 같은 10월에 알제리, 12월초에 노르웨이·덴마크 방문계획 등이 이미 공표되었다. 또 소련공산당 서기장 브레즈네프는 9월말에 유고와 프랑스, 그리고 「포드고르니」 소련 최고회의 간부회 의장은 10월 초에 월맹, 동중순에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소련외교공세의 목적과 배경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소련의 이와 같은 적극적인 외교공세는 「닉슨」미대통령의 중공방문과 미·중공접근에 의해 자극된 것으로 풀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난 15연내 계속된 중공·소 분쟁의 배경을 분석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인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미·중공 접근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는 물론 속단을 불허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공의 국제무대진출이 필지의 사실이요, 또 특히 오는 9월21일에 개막되는 유엔 총회에서 중공가입문제가 토의되면 그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그에 따라 특히 중공과 더불어 국제 공산주의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소련이 이 기회를 포착, 중공을 궁지에 몰아 넣고 자기의 세력권을 확보하려는 것은 추측하기에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닉슨」대통령의 중공방문 발표 이후 세계는 이른바 미, 중공·소의 3극 구조라는 새로운 국제외교가 전개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정치의 새로운 국면에 있어서 소련은 자기에게 유리한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구라파에서는 현상 고정화를 도모하고, 발칸을 포함한 동구 전역에 지도권을 확보하면서 대 중공대결체제를 굳히려는 것으로 보여진다.
어쨌든 지난 반반세기동안 계속된 미·소 지배의 이른바 「얄타」체제의 붕괴와 더불어 세계가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마당에 있어서 소련이 대대적인 외교공세를 벌이고 있다는 것은 크게 주목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특히 소련이 표면상 「평화공존외교」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국제적인 기반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우리 한국을 비롯한 자유국가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가 날카롭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소련의 이 같은 국제적인 기반확보노력에 쐐기를 박으면서 자기들 역시 국제무대에 크게 진출하려고 하는 중공의 움직임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비록 소·중공이 경쟁적으로 세력권 확보다툼을 한다하더라도 그를 각자의 세력권 확장노력은 「이데올로기」면에서나 실제면에 있어서 공히 자유국가를 위협하는 결과가 될 것은 뻔하다. 따라서 소련의 적극적인 외교는 그것이 비록 「공존외교」라 하더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로서도 이 시점에서 현금 국제정세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분석, 거기에 대처할 능동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해야할 지상명제가 생기는 것이다. 외교의 중요성이 오늘날처럼 통감되는 때도 드물 것이며, 국민의 지혜를 모아 우리 나라의 외교·안보정책상 진로를 효율적·능동적으로 책정하기 위한 초당적인 대처가 필요함을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