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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흑인 영화「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국영화산업계에서「역사상 흥행이 가장 나쁜 여름」이라고 하는 이번 여름에 한가지 밝은 전망을 보여준 것은 한인들의 영화 애호 열이다.
흑인영화를 보는 흑인관객은 놀랍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미국 영화 제작자들과 배급자들은 이제 흑인관객을 가장 중요한 대상으로 삼지 않을 수 없게되었다.
「멜빈·번·피블즈」의 『스위트·스위트백스·바다스·송』은 대「메이커」가 만든 것도 아니고 또 대 배급자가 조작한 것도 아닌데 1천만「달러」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최근에는 유명한 흑인 사진가이며 작가인「고든·팍스」가 감독한 『샤프트』가 단 두달 동안에 6백만「달러」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1970년 흑인 영화「붐」을 불러일으킨『「코튼」, 「할템」에 오다』이래 흑인영화관객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흑인들은 조금 예술성이 부족하더라도 자기들의 경험과 친근한 느낌을 주는 영화에 몰려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영화사들은 흑인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부지런히 영화관에 내보내게되었다.「컬럼비아」사는 지난 3월「가나」독립기념축제 동안에「가나」를 여행한「월슨·피켓」「아이크」「티나·터너」들을 담은 일층의「우드스톡·페스티벌」현장 묘사인『솔·투·솔』을 내놓았다. 또 지난주「플라자·픽처스」사는 죽은「콩고」지도자 「패트리스·루뭄바」의 생애를 그린「우더·스트로드」주연의『검은「예수」』를 내놓았다.
이 같은 흑인 영화의 진출을 미국인구의 동향변동에도 일부 그 원인이 있다. 백인들이 교외로 이주하는데 비해 흑인들은 도시중심가로 몰려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도심의 극장들도 흑인관객이 차지하게 되는 현장이 나타나게된 것이다. 「디트로이트」에서는 5개의 중심가 개봉관가운데 4개가 최근 흑인을 주제로한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영화배급전문가인「레온·세린」은 『일인이 도심 진출을 그치고 흑인이 그 자리를 메우기 시작한 1967년의 폭동사태 이후부터 흑인관객의 침투가 흥행의 목표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시카고」에서도, 「뉴요크」에서도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중심가의 큰 영화관들은 차츰 흑인영화 상영관이 되고 있다.
영화관 경영자들 가운데는 이런 현상에 불만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나 대부분 새로운 관객을 환영하고 있다.
「뉴요크」의 「타임스·스퀘어」에 있는「월터·리드」연쇄관인「데밀·디어터」는 새로운 흑인영화로 재미를 보고 있는데 스스로는 흑인영화관으로 생각지 않고 있다. 『솔·루·솔』의 상영 다음에는「제임즈·본드」 영화가 상영 계획에 올라있다. 아직도「액션」 영화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층은 흑인 관객이며 그래서「액션」관을 「흑인 영화관」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는 걸로 생각하면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교외에 사는 흑인들도 이웃의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고, 도심 극장으로 몰리는 것은「아이러니컬」하다.
흑인들에게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며, 밤나들이의 구실이 된다. 전에 중심가 극장에 나오던 흑인관객과 마찬가지로 흑인관객들은 성장을 한 중산층의 고정관객들이다.
대체로 흑인관객들은 비평가의 영화 평에는 무관심하며 이웃들의 얘기를 더 신용한다. 이들은 예술성보다는 영상에 더 매혹된다. 흑인관객과 영상사이에는 전통적인 교류가 있는 것 같다.
흑인 영화의 「붐」으로 이제 흑인영화 전문가들의 등장이 기대되고 있다. 흑인대가의 대부분을 이해 못하는 감독이 있다고 할 정도이기 때문에 영화 제작진이나 「탤런트」로서 흑인의 대거 진출이 요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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