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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안 지상심의(2)|세입 구성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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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 예산의 세입은 바로 국민부담을 나타내 준다. 대체로 개발도상에 있는 나라들은 전부 재정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주도하려 들고 이러한 개발유형을 합리화해서 국민의 부담증가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재정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일수록 국민부담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항상 재정의 능률화 문제가 제기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유형에서 벗어날 수 없고 오히려 재정 팽창과 국민부담의 함수관계가 더욱 밀접하기 때문에 국민부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을 수 없다.
재정의 지나친 팽창이 「인플레」의 위험을 지니는 결과적인 부작용 우려를 제쳐놓고라도 우선 편성과정에서의 담세력과 지나친 부담에서 빚어질 저항적 요소들을 밝혀내야 할 것이다. 72년도 정부 예산안은 일반 재정규모 6천5백93억 원을 조세 5천1백98억 원(78.8%) 전매도금 4백80억원(7.3%) 세외수입 2백23억원(3.4%) 예탁금수입 90억원(1.3%) 재정차관예탁 4백96억원(7.5%) 대충자금 24억원(0·4%) 파월지원 82억원(1.3%)으로 충당할 것이 예정되고 있다.
세입의 부문별 구성으로 볼 때 조세가 71년 예산대비 2.4「포인트」, 전매익금이 0.5「포인트」높아진 반면 세외수입은 0.4「포인트」, 예탁금수입은 0·1「포인트」, 재정차관예탁은 0·4「포인트」씩 떨어지고, 해외재원은 파월지원이 0.1「포인트」 높아진 대신 대충자금이 2「포인트」내려갔다.
이렇게 해서 자력에 의한 세입이 98.3%, 대충자금 및 파월지원 등 원조에 의한 세입이 1.7%로 재정자립도가 98.3%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예산편성에 앞서 세제개혁안이 마련되긴 했으나 세율조정 및 과세방법만 바꾸었을 뿐 실질적인 국민부담의 소소를 시도하지 못함으로써 세입예산의 조세비중은 71년의 76.4%에서 78.8%로 증가하고, 내국세 규모는 금년보다 8백 98억원(24.8%)이 늘어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내국세 부담률은 GNP 대비 금년의 15.5%에서 15.7%로 증가, 작년의 6%에서 금년에 15.5%로 떨어졌던 추세가 다시 역전됐다.
이는 내국세에 국한시킨 조세부담률이고 관세(6백 77억원), 전매익금(4백 80억원), 지방세(4백 50억원 이상 추정) 등을 포함한 총 조세부담은 금년의 16.2%에서 17.4%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좀 낡은 비교이긴 하지만 68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수준이 우리보다 약간 높은 「말레이지아」가 11.1%로 우리의 l6.7%(소득대비)보다 5.6「포인트」가 낮고, 전쟁상태인 월남은 소득수준이 낮긴 하나 우리보다 2.1「포인트」가 낮은 14.6%였던데 비추어 보면 우리가 얼마나 큰 세부담을 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가까운 일본의 경우 1인당 소득이 우리의 배가 넘는데도 조세부담률은 1.4「포인트」가 높은 18.1%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실시될 세제개혁안의 특징이 「직세조정 간세중과」였지만 직세 결함을 간세로 전가하는 방식을 영업세 중과로 채택했기 때문에 불황으로 소득을 발생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모순을 가져왔다. 영업세가 간세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증수의 한계에 부딪쳐 있는 물품세의 추가적 부담과 같으며 만약 조세 전가가 안 될 때는 기업의 부실을 더 조장할 우려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관세부문은 지나친 감면제도로 현재 징수 대 감면 비율이 33대77의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역시 60억원(9.7%)의 증수만을 책정하고 있다.
관세감면은 수출용 원자재, 주요산업용 자재, 주요물자 등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긴 하나 이러한 감면제도가 산업의 균형적 발전과 국민생활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 지는 이 기회에 면밀히 따져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조세와 같은 성격을 지닌 전매익금은 고질화한 담배질 저하를 외면한 채 금년보다 1백억원 (26.3%)의 증가를 책정하고 있어 애연가들의 저항을 더 높일 소지를 지니고 있다.
이미 수익성의 저하로 정부의 잎담배 수납실적이 65년의 6만 3백 18t에서 70년엔 5만 5천 7백 8t으로 줄었는데도 잎담배 수출은 65년의 4천 t에서 70년에 1만 9천 3백t으로 5배가 증가함으로써 담배의 품질저하와 소비자 부담문제가 심각해진지 오래다.
내년에 4백 80억원의 전매순익을 올리기 위한 담뱃값 인상은 없다고 당국은 해명하고 있으나 값 인상 없이 이 전입목표를 채우자면 고가담배 중심으로 판매전략이 세워지고 이에 따라 품질은 더 저하될 것이 뻔한 일이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98.3%라고 하지만 자금 「소스」가 해외 자원이고 상환부담을 갖는 재정차관예탁이 작년보다 60억원이나 증가된 4백 96억원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재정자립도는 90.8%로 추정되고 있다. 재정차관예탁의 증가는 무상원조로 조달되던 해외자원이 유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뜻하며 전대기간 만큼에 따른 국내상환과 대외상환 간의 시차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효과 면에서는 세부담이 일시 연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이것은 국민부담으로 대외상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국민부담의 가중을 의미하며 적자요인의 미봉적 보전이라고 할 수 있다.
재정차관의 도입, 특히 미각차관이 최근에 급증하면서 예산편성에는 조세·전매익금 외에 보이지 않는 부담 증가로 세입 팽창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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