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당의 수입이 사상 최대인 2천9백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전까진 1997년도의 2천7백50억원이 최대 액수였다.
4일 중앙선관위(위원장 柳志潭)가 발표한 '2002년도 정당.후원회의 회계보고 내역'에 따르면 정당 수입은 전년도보다 무려 1천7백16억원(1백38%)이나 늘었다. 대통령 선거 등이 있어 국고보조금 지원이나 후원금 모금 한도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정당별론 민주당이 1천3백2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1천2백43억원).자민련(1백85억원).민주노동당(58억원)이 뒤를 이었다. 의원 중엔 민주당 박주선(朴柱宣)의원이 유일하게 7억원대(7억9백만원)를 모금했다.
◇"신주류 강세…동교동계 몰락"=민주당 정권에서 범동교동계는 늘 후원금 모금의 상위 랭커였다. 한화갑(韓和甲)전 대표와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수위를 다퉜다. 2000년도엔 朴최고가 1위, 韓전대표가 3위를 차지했고, 이듬해엔 韓전대표가 1위, 朴최고가 2위였다.
그해 김충조(金忠兆.3위).최재승(崔在昇.5위).김홍일(金弘一.6위).정균환(鄭均桓.7위).김방림(金芳林.16위).김옥두(金玉斗.19위)의원 등이 20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 가까운 '신주류'인 신기남(辛基南.2위).천정배(千正培.5위).신계륜(申溪輪.6위).정동영(鄭東泳.8위)의원 등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전년도엔 정동영 의원만이 9위를 차지했었다. 반면 범동교동계에선 박상천.정균환.정동채(鄭東采)의원만 20위 안에 들었고 그나마 후순위였다.
◇"한나라당엔 돈 몰리고, 민주당엔 빠지고"=한나라당은 98년 야당이 된 뒤론 늘 "민주당보다 후원금이 턱없이 적다"고 말해왔다. 실제 2000년도의 수입은 민주당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6백72억원이었고, 후원금은 민주당의 26%(98년)~43%(2001년)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84% 수준인 7백85억원을 후원금으로 모았다. 전년도 이월금을 뺄 경우 민주당의 5백97억원보다 많은 7백15억원을 모금했다. 민주당은 오히려 3억원이 줄었다고 한다. 대선 직전까지의 강세 분위기가 모금에도 반영됐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이 같은 기류는 의원 모금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2000년 김덕룡(金德龍.13위).서청원(徐淸源.14위).정형근(鄭亨根.18위) 등 3명, 2001년 김만제(金滿堤.8위).나오연(羅午淵.10위).권오을(權五乙.14위).김덕룡(18위)의원 등 4명만 20위권에 올랐으나 지난해엔 서청원(3위).김용환(金龍煥.4위)의원 등 7명이 랭크됐다.
◇지도부 등 내역=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대표권한대행은 4억6천3백만원(23위)을,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는 4억9천만원(18위)을 모았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6천4백만원(2백41위), 이인제(李仁濟)대행은 3억9천3백만원(39위)을 모금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金弘一)의원은 2억1천만원을 모아 1백30위에 머물렀다. 2001년엔 5억1천만원으로 6위, 99년엔 6억9천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던 것과 큰 대조를 이뤘다.
고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