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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군 특수 범들의 난동사건으로 빚어진 8·23 사건의 책임을 물어 국방장관·공군 참모총장·대 간첩 대책본부장 등 군 수뇌가 한꺼번에 경질되었다.
8·23사건이라는 어마어마한 난동은 창군이래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불상사로서 통탄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으므로 그 관계자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인책한 것은 지휘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군 전통의 확립을 위해 부득이하면서도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문제는 차제에 이들이 본의 아니게 자리를 물러나게 된 외적·내적 요인을 철저하게 규명함으로써 오늘날 우리 군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신속하고 적절하게 시정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는 일만이 남아있다 할 것이다.
요즈음 군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단적으로 말해서 군인들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의 빈발이 보여주고 있듯이 전반적으로 군기가 해이되고 지위 통솔 계통이 문란 돼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군기는 군대의 규율과 질서를 유지케 하는 이를테면 군의 명맥과도 같은 것이다. 지휘 계통을 엄정히 확립하고 상하 합심동체가 되어 일정한 방침에 따라 일률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은 실로 엄격한 군기에 의존하는 것이다. 일어탁수 격인 탈선군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60만 대군 가운데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라 하더라도 군인들이 끔찍한 사건을 비일비재 되풀이해서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대시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일 것이다.
군기를 확립한다고 해서 우리는 나치스 식 또는 일본 군국주의적 군대 규율을 모방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민주군대의 군기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민주국가의 헌법을 지키기 위한 군 본연의 자세를 위 장성으로부터 아래일개 병졸에 이르는 전원이 체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민주군대 내에서의 상하관계는 서로 세 득 이해와 자율을 기본으로 하는 상호신뢰관계를 기축으로 하는 것이며, 그들의 용맹성은 오직 외부 침략자로부터 국민의 생명 재산과 그 자유를 보호키위해서만 존립한다는 군사명의 적극적 의의를 인식하고, 그 완수를 위해 결속하고 협력하는 가운데. 민주군대로서의 덕성을 키우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군의 핵심인 지휘관이 높은 덕성과 교양을 갖춤으로써 부하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다는 것이 요구된다. 지휘관은 부하의 신상파악을 비롯해서 상하 종횡으로 그야말로 골육지정으로 통하는 관계가 유지되도록 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특히 군 지휘계통의 자가반성과 자기 향상의 책무야말로 중 차대 하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점 신임 유재흥 국방장관이나 옥만호 공군참모총장, 박원근 대 간첩대 본부장에 바라고 싶은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심상치 않게 격변하고 있다. 그럴수록 민주 국가를 지키는 간 성으로서의 우리 국군 전 장병에게는 창군 이념에 입각한 군 본연의 자세의 견지가 더욱더 크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방 당로 자들에 대한 기대는 큰 것이 있으며 그들의 더 한 층의 건투를 바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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