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문자 메시지 때문에 영어도 언어파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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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상용화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자파괴 현상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영국의 BBC방송은 휴대전화와 e-메일을 통한 문자메시지 교환이 확산하면서 언어.문법 파괴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특히 휴대전화 같이 제한된 공간에 많은 양의 정보를 담으려다 보니 소리나는 대로 적거나 줄여쓰는 속기식 문자메시지들이 대거 등장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smmr(summer), b4(before),2go2(to go to), FTF(face to face), gr8(great), 2nite(tonight) 등 초보적 수준에서 LUV ME 10DER(Love me tender), CUL8R(See you later), RUOK?(Are you okay?)처럼 읽어보면 뜻이 통하는 문장 등 종류도 다양하다. 네 어절로 구성된 'I love New York'같은 문장은 'ILNY'라는 한 어절로 압축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같은 언어의 축약현상이 단순한 문자메시지에서 그치지 않고 광고문구와 시.소설 등 문학 작품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BBC는 영국 대학생들의 영작과제물을 소개하며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명대사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을 '2b or not 2b thats…'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는 'w8ing 4 go.'로 줄여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언어의 축약현상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은 듯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이미 B4(Before)와 HAND(Have A Nice Day), TX(Thanks)를 영어로 받아들였고, 기쁘다는 뜻의 :-), 우울하다는 뜻의 :-(, 놀랍다는 뜻의 :-O 등의 이모티콘도 사전에 올렸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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