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찾기운동 예비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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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월 20일 남북적십자사 파견원간의 접촉이 판문점에서 행해졌는데,21일 대한적십자사 최두선총재는 예비회담에 관한 제의의 내용을 밝히고 이를 북한적십자사측에 전달키로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총재가 밝힌 예비회담에 관한 제안은 ①9월28일 판문점에서 예비회담을 열기로 한다 ②쌍방의 대표단은 각 5명으로 한다 ③본 회의에 상정할 의제는 예비회담에서 토의 결정한다는 등 5개항목이다.이 다섯개항목은 주로 예비회담 개최의 절차에 관한 것이고,따라서 북한적십자사측에서 약간의 이견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안결의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므로 예비회담 개최는 순조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8월12일 대한적십자사측이 흩어진 가족찾기를 위해 남북적십자사 회담을 열자고 제안한데 대해 쌍방간에 사소한 의견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적십자사회담을 열자는데 관해 원칙적인 합의가 성립, 9월중 예비회담이 열리게 될 기운이 성숙되었다는 것은 인도적 견지에서 크게 환영해야 할 일이다.
적십자사회담이 열리게 되었다는 것은 휴전동결하 가혹한 적대적대립을 지속하던 남북관계가 대화에 의한 긴장완화의 실마리를 잡았다는 의미에서,멀고 먼 통일여정의 시발점을 이룩하는 것이다.
4반세기를 두고 분단·대립을 지속한 남북관계는 너무도 엄중한 것이었기 때문에, 설령 남북이 공히 긴장완화,평화공존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상호간의 철저한 불신이 완화되지 않는한 긴장이 풀릴 가망은 거의 없다.남북간의 접근·화해를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철저한 불신은 쌍방이 평화에의 의지를 성의있는 행동으로 표시하고,신뢰를 조금씩 누적시켜 나감으로써 완만하고 점진적인 해소를 가기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적십자사회담이 계기가 되어 처음에는 비록 작은 선의가 보다 더큰 선의의 반응을 일으켜 인도적인 문제의 성의있는 해결을 촉구함으로씨 남북대립이 자아내고 있는 고통과 희생을 다소라도 더는데 공헌해 주기를 원한다.
다만 남북간의 적십자사회담은 적십자사간의 회담이라고 하지만, 대한적십자사가 상대로 하는 북한적십자사는 공산주의자들의 단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공산주의자들은 비정치적인 회의를 정치적인 회담으로 변질시켜 이를 정치운동의 수단으로 악용하기 일쑤이다. 특히 거듭된 선전목적의「평화협상제안」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적·사상적교란을 꾀하고 있는 북괴가 벌써 이 적십자사회담을 정치적으로 악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충분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대한적십자사측은 이 회담을 인내와 성의로써 이끌어나가 반드시 인도적인 면에서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되, 북괴측의 정치적인 책동이나 음모에 대해서는 이를 단호히 분쇄하고,이 인도적회담이 그 밖의 다른 어떤 협상으로 변질되는 일이 없도록 늘 견제를 해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 회담이야말로 남북이 과연 대화를 가지고 숨막힐 듯한 현재의 긴장을 다소라도 풀어나갈 수 있는 가를「테스트」하는「케이스」이다. 만약에 이 회담이 순조로이 진행되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는다면,우리는 남북간의 대립·긴강을 풀기 위한 다음 단계의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는 한 현상에서 일보도 전진할 수 없음을 알아야한다.
우리는 남북간의 굳어질대로 굳어진 현상의 타파를 시도하는 것이 분명히 모험이라는 것을 솔직이 인정한다.그러나 우리는 공산주의자와의 대화를 덮어놓고 거절하다가는 영원히 남북대립의 평화적인 해소를 기대할 수 없는 까닭으로 조심스럽게 관계개선시도의 제일보를 내디딘 것이다.당국자도,국민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침착한 마음을 가지고 적십자사회담에서 북괴가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를 주시토록 해야한다.

<월남정국의 혼미>
21일 월남대법원은 대통령후보명단에 「구엔·카오·키」부통령의 이름을 넣고 하루 앞서 사퇴한「두옹·반·민」장군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한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오는 10월 3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월남 정국은 지금 매우 큰 혼란속에서 배회하고 있다. 그 직접적인 원인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대통령후보자들간의 갈등에 있다.
그 내막을 좀더·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대통령으로 출마한 「구엔·카오·키」부통령의 경우,지난 5일 월남대법원은 그가 법적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의 입후보등록을 일단 무효로 판정했던 것이다.
또한 월남대통령선거의 유일한 재야후보인「두옹·반·민」장군은 20일「구엔·반·티우」대통령이 부정선거를 꾀하고 있다면서 입후보를 사퇴했던 것이다.
월남대통령선거는 처음 대통령선거법의 제정때부터 말썽이 있었다. 대통령선거법은 ①정·부통령의 동일「티겟」②35세이상 국적 및 법적으로 미병자격을 가지는 가의 자격심사를 거쳐야 한다는것 ③국회의원40명 또는 성시의회의원 1백명이상의 추천자가 있어야 된다는 매우 까다로운 것이었다.
이것이 지난 6월3일 월남국회 상하원합동회의에서 최종적으로 통과되기까지 큰 파란을 겪었던 것은 이미 잘 보도된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후보자의 실제등록에 말썽이 일어나「키」후보는 한때 실격이 되고,「민」후보는 사퇴함으로써 「티우」현 대통령의 단독출마라는 기현상을 낳게 되었던 것이다.
사태의 여각성에 비추어 미국은 대월경원을 중단한다는 말까지 있었지만 이제 「키」후보의 등록이 허용됨으로써 「단독출마」라는 기현상만은 어쩌면 회피하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대통령선거는「티우」 대「키」의 선거전으로 압축될 것으로 보이지만,이번 대통령선거의 중요성에 비추어 「민」장군이 사퇴했다는 것은 그 사연여하간에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월남대통령선거는 지난날 군정에서 민정이 실현되어 67년 9월의 대통령선거이후 4년만에 실시되는 것이다.그동안「베트콩」의 구정공세·월남화계획추진·미군철수·「캄보디아」와 「라오스」진격등 내외정세면에서의 변천도 컸고 시련도 적지 않았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월남문제해결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정치안정을 핀가름하는 것으로 그 성과여부에 따라 월남의 장래는 크게 좌우될 것이다.주지되어 있듯이 월남문제의 해결은 외부적인 협상에 의해 해결하느냐, 또는 월남화계류의 추진에 의해 해결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군사적으로 해결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인가의 여러가지 길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경우에 있어서도 정치안정이라는 것은 필수불가결의 조건으로 중대시되고 있다.월남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민주정치를 과시해야만 하고 그럼으로써 월남을 안정시키는 일대계기로 삼아야한다는 것은 새로운 설명의 필요가 없다. 그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선거에서의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특히 이것이야말로 공산측이 노리고 있음을 명심하고 이번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실시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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