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질병으로 본 도시와 농촌의 차이|이장규<방사선의학연구소소장·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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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일 생활권이란 흐뭇한 말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면에서 도시와 농촌사이에 아직도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건 면에서 몇 가지 적어보면 우선 영양문제가 있다. 한국인의 영양권장량은 중등도의 노동을 하는 경우 남녀 평균해서 약 2천6백「칼로리」,그러나 실제로 먹고있는 열량은 2천1백「칼로리」에 불과하다. 도시와 농촌을 비교할 때 농촌에서 2백50「칼로리」정도 더 먹고 있으나 체격 면에서 농촌인구가 전 연령층을 통하여 도시인구에 뒤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주로 단백질에서 온다. 성인에 있어서의 1일 단백질권장량은 약 60g, 그중 30%이상이 동물성이라야 한다.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단백질양은 권장량을 약간 상회하고 있으나 그 대부분이 식물성이고 동물성은 농촌에서 8%, 도시에서 12%에 불과하다.
체격과 단백질간의 상호관계를 뒷받침하는 사실로서 어촌의 국민학교 아동들의 체격이 도시나 농촌의 아동들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들을 수 있다.
어민들이 먹고 있는 열량은 1천9백「칼로리」지만 단백질총량의 20%가 동물성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노동을 하는 농민들은 그 소요열량인 4천1백「칼로리」의 반정도 밖에 먹지 못하는 데다 그나마 밥, 김치로만 배를 채우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둘째로 문제되는 것은 질병이다.
막연하게 『농촌은 건강하다』고들 믿고 있지만 사실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회충, 십이지장충, 간, 폐의 흡충 증(디스토마)등 기생충질환이나 유행성 뇌염,「필라리아」증 등 곤충매개질환 그리고 의 서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괴질」등이 농촌질환이다.
우리 나라에는 현재 무의 면이 6백여 군데나 있다. 그래서 고열과 토사만 나면 신문기자들에 의해서 우선 괴질 이라는 진단이 내려지기 마련이다. 괴 질이란 대개는 식중독 아니면 장티푸스·「콜레라」·세균성이질 같은 수인성전염병이다.
농촌가구의 80%가 우물물을 마시고 있고 금 비 농사를 짓고 있는 실정이라 이 괴 질은 계속 맹위를 떨칠 것이다.
환경오염은 물론 도시에서 더하다.
『공해는 죽음의 재보다도 무섭다』는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더럽혀진 공기와 물 그리고 소음이 도시민의 건강을 좀먹는 여러 공해병을 유발하고 있다. 결핵·기관지질환·동맥경화·고혈압·만성소화불량·정신 신경증 등이 도시질환이다. 5백50만이란 끔찍스러운 인구를 가지고 서울은 당당 세계 제11위의 대도시가 됐다.
그러나 보건학자들은 인구밀도와 사망률간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서울변두리에 아직도 도사리고있는 영세민지구, 그것은 여러 병원균의 우범지대이기도 하고 또 「탄사」라는 우리 나라 특산물의 온상이기도 하다.
결국 보건 면에서 보는 도시와 농촌은 거리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피장파장이라고 할만하다.
교통망의 발달로 병원균은 이제 도시와 농촌을 삽시간에 휩쓸 수 있다.
그래서 생면부지의 낚시꾼에게 농 주를 권하는 농민들의 순박한 마음이 공해로 멍든 도시민들에 의해서 오염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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